고리로 돈을 빌려주고선 빚을 내 빚을 갚도록 하고 채무자를 끈질기게 공갈 협박하는 수법은 참으로 악질적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신용불량자들이다. 궁지에 내몰린 서민들의 딱한 처지를 이용해 제 뱃속을 채운 것이다. 범죄 예방과 대처에 경중과 선후가 있을 수 없겠지만 경찰력이 집중돼야 하는 게 이런 서민 등치는 민생침해범이다.
물가 폭등과 가계부채 증가 등 불황의 그늘 아래 사채를 얻어 쓰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노려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아 챙기는 음성 고리대금업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1월부터 11월말까지 경찰에 적발된 불법 대부업자만 대전 122명, 충남 46명에 달한다. 천안과 아산 지역의 영세상인과 서민을 상대로 고리 사채업을 벌여온 대부업자 21명이 무더기로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최고 547%의 이율을 적용한 사채업자도 있다. 불어나는 이자를 견디다 못해 사업장을 정리한 영세사업자가 한둘이 아니다.
불법 대부업이 활개치는 근본 이유는 신용이 낮은 저소득자들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자금을 쏟아 붓듯 서민금융에 관심을 가졌다면 영세상인들이 은행 문턱에 가로막혀 대부업자를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소금융은 한계에 내몰린 서민이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지만 그조차 '그림의 떡'인 이들이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서민들이 보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최선이고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길이다. 가난하지만 정직한 사람들이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게 당국이 도와줘야 함은 물론이다.
살인적인 금리로 서민을 나락으로 몰고 삶의 의욕마저 꺾는 횡포는 그냥 둘 순 없다. 요즘처럼 경제난이 심화되면 불법 대부업의 해악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경찰이 지속적으로 단속을 펴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서민 생계 보호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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