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구 전 지사 |
3개 정당이 각축하는 특수한 정치 지형 상 가뜩이나 선거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각 당의 녹록지 않은 여건들이 충청권 선거 정국을 더욱 혼돈스럽게 만드는 분위기다.
대전·충남지역 여러곳에서의 출마설로 뉴스의 초점이 돼온 이완구 전 충남지사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에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표류하고 있는 선거구 획정 문제, 이에따른 안개 속 공천도 충청권 선거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완구 전 충남지사는 31일 “허리 관련 질환의 의학적 판정을 받아 총선출마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결국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지사는 이날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이경현 전 비서실장을 통해 건강 상의 문제를 불출마 이유로 밝혔지만, 이는 사실상 충청권의 녹록지 않은 선거지형을 방증하는 것이란 해석이 많다. 이 전 지사가 오랜 기간 총선을 겨냥한 행보를 보여왔음에도 선거를 목전에 두고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한 배경에는 공천과 당선 문제 등에 대한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 이는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이 처한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선거 정국을 '중앙당 발(發)' 악재가 뒤덮고 있는 상황과 세종시ㆍ과학벨트 문제 등 현 정부 들어 지속된 충청권과 정부·여당 간 '악연'의 고리 속에서 한나라당이 세종시 선거구 신설 문제까지 발목을 잡고 나서며 '악수(惡手)'를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한나라당의 어려움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이완구 전 지사와 함께 총선 출마설이 흘러나왔던 박성효 전 대전시장 역시 여전히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세종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최민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공주·연기 출마를 선언한 박종준 전 경찰청장, 서산ㆍ태안 출마를 준비 중인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등 한나라당 행이 유력시 됐던 인사들 상당 수가 입당을 미루거나 정당 선택 또는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 자체가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이 처한 현실을 가늠케 하는 대목일 수 있다.
총선 승리를 낙담할 수 없는 민주통합당과 자유선진당의 상황도 여의치 만은 않다. 민주통합당은 예비후보군이 몰리며 외형적으로는 충청권에서 당세를 확장하고 있지만, 전체 선거 판도를 뒤흔들만한 유력 후보군의 부재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자유선진당은 현역 의원들의 탈당으로 전력에 손실을 입은 가운데 현역 의원 20% 공천 배제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고 있지만, 전력 보강을 위한 '수혈'에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선거구 증설 문제까지 얽히며 충청권 총선 판도와 각 당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분구 의견을 제시한 천안 을의 경우 분구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던 각 정당과 후보군이 혼란을 겪고 있고, 세종시의 경우 선거구 신설 여부에 따라 각 당의 총선 전략과 판도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시 선거구 신설 여부는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의 거취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고, 그 상징성을 감안할 때 각 당이 어떤 인물을 내세울지에 따라 충청권 최대의 관심지역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성사 여부조차 안개 속이다.
한 정당 관계자는 “이번처럼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웠던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충청권에서는 누구도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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