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학교폭력과 자살, 학교체육으로 풀자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김형중]학교폭력과 자살, 학교체육으로 풀자

[중도시평]김형중 지방부장 (부국장)

  • 승인 2012-01-31 13:13
  • 신문게재 2012-02-01 20면
  • 김형중 기자김형중 기자
▲ 김형중 지방부장 (부국장)
▲ 김형중 지방부장 (부국장)
설날 연휴에 친척들과 나눈 대화중에 정치이야기 다음으로 학교폭력과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대세였다. 중등교사가 몇 명 있었는데 현장의 이야기는 실로 섬뜩했다. 공교육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다 못해 찾아볼 수가 없고, 잘못된 매듭을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예를 들면, 수업중 한 학생이 갑자기 바로 앞의 학생을 이유없이 구타해 이를 나무라고 타일렀지만 교사를 무시하듯 또 다시 구타를 했다. 교사가 가해 학생에게 벌을 주려고 하자 이 학생이 똑바로 쳐다보면서 덤볐고, 다른 학생들은 휴대폰을 들고 교사 행동을 담고 있었단다. 마음으로는 벌을 가해서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싶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장을 모르는 고위교육자들이 언론에 나와 대책을 논의 하는 것을 보면 가슴에서 천불이 난다”고 그는 푸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학교 폭력과 공교육 붕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고 당국의 대책은 허공만 떠돌고 있다. 이 와중에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끼고 살고 있으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놀면서도 '열공'을 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가정해체,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도움의 손길도 갈수록 뜸해지고 있다. 신나게 뛰어놀아야 하는 학교 체육 시간도 입시위주 교육에 밀려나 멀티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기계세상이 된 우리의 학교는 기계들의 각축장이다. 다수의 공부하는 기계와 소수의 운동하는 기계들의 집합소다. 부모와 나라가 앞장서서 기계들을 양산했다.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 청소년은 미래의 자산이다. 기계가 되는 훈련만 받은 젊은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기계 노릇밖에 못한다. 획일적인 가치관의 신봉자들이 주도하는 세상의 모습이다. 기계세상의 가장 큰 비극은 오로지 최상의 기계만이, 한순간만 빛을 발한다는 사실이다. 성능이 떨어진 기계는 즉시 도태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대안으로 학교폭력 자살문제를 학교체육 등 예체능의 활성화로 풀자는 이야기가 대두되고 있다. 대학입시제도를 바꿔서라도 말이다. 한때 1990년대 초반까지는 학교 체력장이 실시돼 학생들의 기초체력이 입시에 10%정도(200점만점에 20점) 반영됐다. 하지만 무리하게 뛰다 학생이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고, 대부분의 수험생이 만점을 받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입은 1994년, 고입은 1997년에 각각 체력장이 폐지됐다. 현재는 체력 측정이 성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체육시간이 줄어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교육과정 기본법에 따라 학생들이 뛰어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체육수업은 학교마다 시수의 편법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같은 예체능인 음악·미술 역시 체육과 비슷한 사정이다. 교육과정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입김도 예체능과목의 활성화를 저지시킨다. 그러나 체육학과 교수들은 “체육은 팀원끼리 협력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체력,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며 아이들끼리 움직이고 부딪치는 과정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며 체육과목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34조 1항) 우리 헌법의 금과옥조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한 시대를 이끌었던 노동운동의 격문이었다. 최소한의 양심을 지닌 국민이라면 외면하기 힘들었던 절규였다.

이른바 '공돌이' '공순이'도 헌법의 품으로 안아달라는 애소였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절규가 이것이다.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들에게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수 있도록 운동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자. 뇌과학적으로 볼 때 지금 청소년의 뇌는 30년 후 한국 사회의 미래상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스포츠와 예술, 품성·공감 교육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향후 우리나라는 공격성이 난무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