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지방부장 (부국장) |
현재 우리나라는 학교 폭력과 공교육 붕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고 당국의 대책은 허공만 떠돌고 있다. 이 와중에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끼고 살고 있으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놀면서도 '열공'을 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가정해체,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도움의 손길도 갈수록 뜸해지고 있다. 신나게 뛰어놀아야 하는 학교 체육 시간도 입시위주 교육에 밀려나 멀티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기계세상이 된 우리의 학교는 기계들의 각축장이다. 다수의 공부하는 기계와 소수의 운동하는 기계들의 집합소다. 부모와 나라가 앞장서서 기계들을 양산했다.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 청소년은 미래의 자산이다. 기계가 되는 훈련만 받은 젊은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기계 노릇밖에 못한다. 획일적인 가치관의 신봉자들이 주도하는 세상의 모습이다. 기계세상의 가장 큰 비극은 오로지 최상의 기계만이, 한순간만 빛을 발한다는 사실이다. 성능이 떨어진 기계는 즉시 도태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대안으로 학교폭력 자살문제를 학교체육 등 예체능의 활성화로 풀자는 이야기가 대두되고 있다. 대학입시제도를 바꿔서라도 말이다. 한때 1990년대 초반까지는 학교 체력장이 실시돼 학생들의 기초체력이 입시에 10%정도(200점만점에 20점) 반영됐다. 하지만 무리하게 뛰다 학생이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고, 대부분의 수험생이 만점을 받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입은 1994년, 고입은 1997년에 각각 체력장이 폐지됐다. 현재는 체력 측정이 성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체육시간이 줄어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교육과정 기본법에 따라 학생들이 뛰어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체육수업은 학교마다 시수의 편법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같은 예체능인 음악·미술 역시 체육과 비슷한 사정이다. 교육과정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입김도 예체능과목의 활성화를 저지시킨다. 그러나 체육학과 교수들은 “체육은 팀원끼리 협력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체력,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며 아이들끼리 움직이고 부딪치는 과정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며 체육과목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34조 1항) 우리 헌법의 금과옥조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한 시대를 이끌었던 노동운동의 격문이었다. 최소한의 양심을 지닌 국민이라면 외면하기 힘들었던 절규였다.
이른바 '공돌이' '공순이'도 헌법의 품으로 안아달라는 애소였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절규가 이것이다.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들에게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수 있도록 운동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자. 뇌과학적으로 볼 때 지금 청소년의 뇌는 30년 후 한국 사회의 미래상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스포츠와 예술, 품성·공감 교육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향후 우리나라는 공격성이 난무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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