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천안 을 등 충청권 선거구 증설 문제가 여야 각당의 밥그릇 싸움에 발목이 잡힐 위기에 처했다. 특히 7월 특별자치시로 출범하는 세종시 독립선거구 여부는 그동안 여야 의원들이 상징성과 의미·당위성에서 어느정도 합의를 이뤘던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충청권의 강력한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천안 을 분구도 영호남에 비해 표의 등가성에서 현저히 높은 충청권 상황을 감안할 때 당연히 논의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증설문제와 연관지어져, 아예 대상에서 제외된 모습이어서 공분을 더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30일 공직선거법 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석패율제 도입과 선거구획정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도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한나라당이 세종시 독립선거구 실시를 절차상 문제를 들어 미루자는 의견을 내놓자 민주통합당이 이에 대한 합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백원우 민주통합당 정개특위 위원은 이날 정개특위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그 동안 세종시를 국회의원 독립선거구로 정하자는 의견에 큰 이론 없이 정개특위가 운영돼 왔는데 오늘 갑자기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에 대한 강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세종시 독립선거구 설치를 위해서는 광역 자치단체 선거구 최소 의원 수를 세 석에서 한 석으로 고치고, 선거구 최소 인구 규정인 10만4000명이 되지 않는 세종시에 대한 특례 규정을 둬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두 가지 조문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에서 또 다시 세종시 독립선거구를 반대하며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려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주성영 정개특위 여당 간사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독립선거구는)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4월에 선거하기 때문에 7월 1일 세종시 출범 이전에 선거를 하는 것은 맞지만 예외규정을 둬야 하는데 법체계가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31일 오전 10시부터 정개특위 관련 의원총회를 개최한다. 정개특위는 이날 오후 2시 공직선거관계법심사소위를 다시 열고 선거구 획정 관련 문제만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국회 정개특위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주성영,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최근 비공개회의를 갖고 세종시 등 3개 지역구를 신설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공직선거법 소위원회에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세종시 독립선거구 신설 문제에 느닷없이 반대의견이 나옴에 따라, 최종 의결도 지연될 수밖에 없게됐다.
이처럼, 각당의 이해가 엇갈리며 최종안 마련이 지지부진해지자, 오히려 선거구 획정에 혼란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으며, 유권자들이 어떤 선거구에 누가 나올지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투표에 참여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관련 자유선진당 류근찬 정개특위 위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세종시의 출범이 7월 1일로 되어 있어, 출범일 이전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종시를 대표하는 지역구의원을 선출해서는 안 된다는 일차원적 논리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나라당은 더 이상 세종시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세종시 독립선거구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태도를 돌변해 반대의견을 내놓은 의도를 알 수 없다”면서 “세종시 문제를 처음부터 꼬이게 만든 한나라당이 이제 또다시 독립선거구 신설 문제에까지 발목을 잡는다면, 500만 충청인들은 4.11총선에서 독립선거구 무산과 더불어 ‘충청홀대’에 대한 책임을 단단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김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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