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원]못다 핀 여섯 송이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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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원]못다 핀 여섯 송이 무궁화

[중도마당]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승인 2012-01-30 14:14
  • 신문게재 2012-01-31 20면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피 끓는 청춘, 바다보다 푸른 꿈을 접어야 했던 우리 생명의 은인을 기억하는가. 그 착하던 아들이 한 줌 재가 되어 유골함에 담겨왔을 때, 어머니의 떨리던 손을 보았는가.

'엄마'하며 방문을 열고 확 안길 것만 같은데 땅거미가 내려앉고 어둠이 짙어져도 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었던 그들, 그러나 국민의 기억 속에 점점 잊혀져가는 여섯 호국의 별, 2002년 서해바다 위 통한의 역사가 있다. 찬란한 꽃 채 피우기도 전 떨어진 꽃봉오리처럼 하늘나라로 떠나간 그들의 이름은 다시 불려져야 한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FIFA 월드컵 경기가 한창이었던 2002년 6월 29일, 터키와 3·4위 쟁탈전에 온 국민은 축제의 도가니에 빠져있었다. 월드컵경기장은 붉은 악마의 물결에 파도치고 태극기가 하늘을 덮었다. 그 시간, 서해바다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경비정의 포신이 참수리 357호를 향해 불을 내뿜으며 무자비한 포격을 가했다.

대한민국 해군 참수리 357정의 정장으로 아버지의 대를 이어 해군장교가 된 윤영하 소령은 조타실에 적함의 집중포격이 가해져 가장 먼저 쓰러졌다. 조타장이었던 한상국 중사는 가슴에 관통상을 입고도 마지막까지 키를 놓지 않았다.

41일이 지난 후, 함정인양과 함께 어두운 서해바다 속에서 유해가 수습되었는데 인양당시 모습은 조타실 안에서 두 손으로 키를 놓지 않고 함정을, 아니 서해바다를 끝까지 지키고 있었다.

조천형 중사도 빗발치는 적의 포탄 속에서 함포 방아쇠를 잡은 채 전사했다. 황도현 중사도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함포 방아쇠를 당겼다. 서후원 중사는 몸을 숨기기도 힘든 함정 중앙 갑판에서 적을 향해 응사했다. 의무병 박동혁 병장은 부상당한 동료를 구하다가 중상을 입었으며 3개월간 투병 끝에 숨졌다.

짧지만 죽음보다 더 길었던 31분의 교전, 조국의 푸른 바다를 지키기 위해 여섯 용사들은 참수리호와 함께 산화했다.

2002년 7월 1일, 유가족들의 오열 속에 해군 참수리 357정 전사자의 합동안장식이 거행됐다.

그 여섯 용사들은 현재 국립대전현충원 357무궁화 언덕에 여섯 무궁화로 곱게 피어 있다. 이 무궁화 여섯 그루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추모회'에서 2005년 6월 6일, 무궁화축제를 개최하는 홍천에서 가져와 장·사병 제2묘역 뒷길 경사진 부분에 심었다. 이 무궁화나무들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호국의 언덕에 피어난 제2연평해전 여섯 전사자의 현신이다.

국립대전현충원은 이분들의 나라사랑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그 날'이란 영화를 제작해 상영하고 있다. 보훈미래관 전시실에 제2연평해전 코너를 만들어 여섯 전사자의 사진과 사건 개요 등을 알려주고 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충의와 위훈을 기리고 애국심을 일깨우는 호국교육의 도장으로서 국민을 하나로 묶는 선제보훈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해는 제2연평해전 1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그러나 어느 어머니에게 있어서 자식을 가슴에 묻은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 어머니는 매일 묘비에서 깨어나고 묘비에서 잠이 들며 죽음보다 더 가슴 아픈 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조국을 위해 자식을 바치고 새카맣게 타버린 어머니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357무궁화 언덕'에서 추모의 시간을 가져보고, 빛바랜 조화 한 송이를 가슴에 꽂고 오늘도 말없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을 그분들의 묘비 앞에 하얀 국화 한 송이를 고이 바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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