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는 “군고구마 장수를 찾기가 힘들어 집에서 군고구마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준다”며 “옛 추억이 깃든 군고구마를 먹을 때면 가족들이 행복해 해 자주 만든다”고 말했다.
대전 도심 한복판서 거리를 구수한 냄새로 가득채웠던 군고구마 장수가 사라졌다. 고구마 흉작으로 아예 군고구마 장수들은 수익을 낼 수 없어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29일 농협대전유통센터에 따르면 고구마는 10㎏당 3만~3만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10㎏당 1만1000~2만2000원하던 것에 비하면 2~3배가 급상승한 셈이다.
이처럼 가격대가 급격하고 치솟은 데는 2년째 고구마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충남 논산과 서산이 고구마 주생산지인데 이곳에서도 고구마 흉작에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고구마 장수들 역시 겨울철을 맞아 설 자리가 없게 됐다. 군고구마를 팔아 남는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장사에 나서자마자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얘기다.
한 길거리 장수는 “군고구마 판매에 마진이 거의 없어 붕어빵을 팔고 있다”며 “밀가루 가격 역시 워낙 오르락내리락해 수익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군고구마 장수를 길거리에서 사라지게 한 몫한 것은 군고구마를 직접 만드는 주부들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유통매장에서 군고구마 구이기구가 저렴한 가격에 제공돼 주부들이 이를 구입, 가정에서도 군고구마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롯데백화점 한 판매직원은 “간단하게 군고구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의 간식을 제공하려는 주부들이 앞다퉈 구입해가고 있다”며 “자녀들 역시 군고구마를 함께 만들 수 있어 교육 차원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고구마 유통점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농협대전유통센터에서 지난해의 경우, 고구마 2㎏짜리 박스를 판매한 비율이 전체의 20%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40%까지 올랐다는 것.
농협대전유통센터 관계자는 “예전에는 비닐봉지에 5~6개의 고구마를 사가는 주부가 많았지만 이제는 아예 박스채로 구입해간다”며 “가정에서 군고구마를 직접 저렴하게 만들다보니 이보다 비싸게 파는 군고구마 장수가 인기를 잃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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