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정임 충남대 예술대학 음악과 부교수 |
지난 두 주간은 '천 원짜리 공연'으로 행복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윈터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그 페스티벌에 참가한 전체 공연의 가격을 '천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측에서는 윈터 페스티벌의 개최 취지를 “아마추어 예술인들에게 최고의 수준인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시설을 활용하여 우수한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한 예술을 사랑하는 지역 내의 사회인 공연단체 및 대학동아리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타 공연장에서 대중예술가들과 아마추어 예술인들에게는 공연장 대관을 제한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다.
'2012 윈터 페스티벌'에는 총 14개의 공연이 개최되었으며, 그중 음악과 관련된 공연은 재즈와 국악 공연을 포함해서 10개이고, 그밖에 연극 공연 3개, 무용 공연 1개 등으로 구성되었다. 음악 공연 중에서 성악 공연으로는 대전남성합창단, 깐띠아모, 대덕이노폴리스싱어즈 등이 참가했고, 관현악 공연으로는 디하모니, 위드앙상블, 향음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대전플룻오케스트라, 카이스트 오케스트라 등이 참가했다. 국악 공연으로는 대전국악단 아율(雅律)이, 재즈 공연으로는 재즈 인(Jazz In)이 공연을 펼쳤다. 또한 연극 공연으로는 숭맥극회와 청각장애인과 일반인으로 구성된 연극모임인 브라보 유어 라이프(BROVO YOUR LIFE), 뮤지컬극단 소울(Soul)이 참여했으며, 무용공연으로는 다(DAH)가 참여했다.
이들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왜 행복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공연에 참가한 사람들이 행복했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보는 나도 행복했다. 자신들의 못다 핀 꿈을 펼치던 그날 무대 위에서 그들은 세상을 얻은 듯 당당하게 자신들의 기량을 쏟아냈다. 둘째는 공연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관람하는 내내 편안하고 행복했다. 예술적 향취와 함께 오히려 아마추어 음악인들의 무대여서 가능한 대중적 흥미와 열정이 함께 어우러진 무대였다.
언제부터인가 전문 예술 단체들이 청중을 직접 찾아가는 공연을 개최하는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문공연장이 아닌 병원, 공원 등에서 클래식 공연을 개최하는 것이다. 이것은 클래식 예술과 대중 예술 간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클래식 문화의 발전을 위해 미래의 청중을 확보하려는 의도의 일환이기도 하다.
윈터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이유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이러한 축제를 통해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층이 두터워지는 것이 결국은 클래식 문화 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이며,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라는 전문 공연장의 무대에 섰던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결국은 미래의 청중으로서 클래식 문화의 지킴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관 일정이 빽빽한 데 그중 두 주간이라는 긴 기간을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축제에 할애하는 것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측으로서는 대단한 결단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를 다 떠나서 '천 원'으로 공연에 참가한 사람이나 그 공연을 관람한 사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면, 이 기획은 성공한 것이다. 이렇듯 클래식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청중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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