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섭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여섯 아이의 법적보호자를 자처하고 큰 딸 준(고아라) 또한 아동보호시설로 뿔뿔이 흩어질 위기의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춘섭을 '파파'로 맞아들인다. 그러던 중 준의 뛰어난 노래실력을 알게 된 춘섭은 준을 통해 화려한 재기를 꿈꾼다.
미국 현지에서 대부분을 촬영한 '파파'는 이처럼 매니저 춘섭이 미국 애틀란타에서 피부색이 다른 6남매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가족인 척 하던 이들이 크고 작은 위기를 하나둘씩 헤쳐 나가면서 진짜 가족으로 발전하게 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준과 드라마 '대장금'을 보며 한국말을 배웠다는 둘째 고든을 제하고 바디랭귀지로 의사소통하는 춘섭이 다인종 아이들과 부대끼며 빚어내는 문화충돌은 소소한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과식해 체한 막내딸 로지의 손을 춘섭이 바늘로 따주자 쌍둥이 형제가 보여주는 반응은 폭소를 이끌어낸다. 현장에서도 듬뿍 사랑을 받았던 로지가 춘섭이 열창하는 트로트 '무조건'을 따라 부르는 모습에선 절로 미소가 나온다.
고아라는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춤과 노래 실력을 기대이상으로 펼쳐내 눈길을 모은다. 춘섭의 권유와 당장 목돈이 필요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하게 된 그는 현역 댄스가수 못지않은 현란한 춤 솜씨로 입을 쫙 벌어지게 만든다. 또 김형석 음악감독조차 감탄했다는 노래솜씨도 수준급이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왜 가수로 데뷔시키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
전작 '페이스 메이커'에서도 호연을 펼쳐 오랜만에 출연한 두 편의 영화로 충무로에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한 영화관계자는 "고아라가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인지 미처 몰랐다"며 감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고아라의 춤과 노래 장면을 더 보고 싶을 정도였다"며 올해의 발견으로 고아라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파파'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해 달려간다. 어떻게 인연이 됐건 함께 할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은 조금 산만하다.
박용우를 괴롭히는 악덕 매니지먼트 사장의 존재는 후반부 진짜 아버지로 거듭나는 박용우의 값진 눈물을 위해 필요한 장치이나 필요 이상의 등장으로 드라마 전개를 끊는 느낌이다. 또 준의 발목을 잡는 셋째 동생 마야의 행동은 겉도는 인상을 준다.
고아라의 마지막 오디션 장면은 감독의 의도는 이해되건만 그와 별개로 아쉬움이 남는다. 그녀의 재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폭발적인 무대를 기대했건만 여섯 남매의 화합을 보여주기 위한 소박한 무대를 펼쳐 보이며 가족애에 방점을 찍는다.
한 언론 관계자는 "소소한 아쉬움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과 어울림이라는 주제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피부색처럼 제각각인 여섯 남매의 독특한 개성이 깨알 재미를 빗어낸다"며 "음악영화로서도 흥겹고 드라마로서도 감동적"이라고 호평했다. 12세 관람가, 2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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