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그렇다면 과연 시간이란 인간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리가 묻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과학자들이 논했던 시간의 절대적 연속성 혹은 상대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아마도 시간에 관한 한 사람들은 '나'라는 존재와 상관없이 동 떨어져 흐르는 것, 때로는 잔인하게 상처를 주고 과거를 향해 사라져 버리는 것 정도의 의식을 갖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 순간, 순간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지나가 버린 것은 그리운 것이 되리라'라는 푸쉬킨의 시는 바로 인간이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러한 시간에 대한 의식을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시간이란 자연으로부터 또는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선물이며,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정말 가치 있는 선물이 될 수 있지만 때로는 쓰레기처럼 버려질 수 있는 것이라고. 이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바로 아무런 대가없이 받은 선물이고 그래서 무가치하게 낭비할 수도, 의미 있게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이란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자연이 인간에게 백지를 주고 그곳에 그림을 그리도록 한 것이다. 시간은 무색투명하다. 어떠한 맛도, 멋도, 의미도 없다. 그래서 선물로서 주어진 시간 위에 우리는 자신을 마음대로 그려갈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백지 위에 멋을 부리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꿈을 그리고, 그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완성하려고 하다가 끝내 미완인 채 남겨두기도 하고 때론 지워버리기도 하고 찢어버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시간 위에 우리의 꿈과 삶을 그려가는 것이다.
여기서 한 번 당신이 그린 인생의 그림에 대해 생각해 보자. 정말 당신이 그린 그 그림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바로 삶의 의미와 신비로움이 있다고 생각된다. 누구나가 자신의 인생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할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빛나는 여정, 명예와 부를 누리고 아름다운 저택에서 여유로움과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는 그 멋진 인생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주어진 환경 때문에 매일의 힘든 노동과 경제적인 어려움, 불결한 환경과 좋지 못한 건강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하는 그런 우울한 그림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삶의 그림이란 보기에 따라 잘 그려진 그림 일 수도 있고 엉뚱하게 그려진 그림 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삶의 그림에 있어 중요한 것은 예술작품과 달리 바라보는 사람들의 평가가 아닌 작가 자신의 평가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작품처럼 우리들 삶의 그림도 전문가들이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각자의 삶에 있어 전문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의 삶을 자신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누가보아도 정말 잘 그린 삶, 누구나 본받아야 할 그림을 그린 삶이 있으며, 우리가 존경하는 것도 그러한 삶을 그린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 역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꿈을 사랑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며, 시간이라는 백지 위에 삶과 꿈을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기 때문에 누구나 존경하고 본받고 싶어 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이제 새해가 시작됐다. 우리가 선물 받은 2012년이라는 시간을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선물을 받은 자로서 선물을 준 그 분의 뜻을 깨닫고 그 뜻에 따르는 것이 도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첫째로 해야 할 일은 바로 우리 각자에게 향한 그 분의 뜻을 깨닫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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