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는 학교 내의 교원들을 학교장과 교감,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가 1년에 한 번 평가하는 제도로, 올해로 시행 3년째에 접어들었다. 평가대상은 국·공립과 사립학교를 포함한 모든 초·중·고교 교원이다. 교장과 교감은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로부터, 일선 교사는 수업계획과 실행 등에 대해 동료교사와 학생, 학부모로부터 평가받는다. 가장 큰 문제는 일선 교사에 대한 평가다.
대전시 서구 모 중학교 생활지도 교사인 A(36)씨는 “남교사라 엄격하다 보니 애들이 함부로 하지는 않지만, 점수 때문에 조금 달라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을 평가하는 학생들의 '학생 만족도 조사평가서' 얘기다.
만족도 평가내용은 수업준비, 수업실행 평가 및 활용과 함께 개인생활지도와 사회생활지도 항목이 포함된다. 평가는 최저 1점~최고 5점으로 점수화된다.
승진 등 인사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학생만족도 평균 점수가 2.0 이상~2.5 미만이면 단기연수(60시간), 2.0 미만이면 장기연수(210시간)를 강제로 받아야 한다.
처음 시행된 2010학년도의 경우 대전에서는 단기연수 23명, 장기연수 1명 등 24명, 2011학년도에는 단기 31명, 장기 5명 등 모두 36명이 강제 연수를 받을 정도다.
서구 모 중학교 여교사 A씨는 “심한 학생은 앞에서 '선생님, 교원평가 때 봐요'라며 덤비기도 한다”고 하소연 했다. 중구에 있는 중학교 B 교사는 “숙제를 적게 내거나, 수업을 50분 채우지 않고, 가끔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주면 좋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학교 책임자인 교장과 교감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학부모로부터 평가를 받는 이들 역시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서 2.5점 미만을 받으면 강제 연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선 교사들의 학생생활 지도 과정에서의 문제가 학생을 넘어 학부모로까지 확대되면 불똥이 교장과 교감에게 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학내 문제가 외부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과 무관치 않다.
동구 모 중학교 교장은 “평가를 잘 받지 못해 강제연수를 받는 건, 치욕이라 할 수 있다”며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확대되지 않도록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털어놨다.
권성환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그런 부작용이 있지만, 평가율을 높이기 위해 학생을 강제로 참여시키다 보니 장난삼아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며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 시·도 교육청이 독자적인 교원평가 방식을 도입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광주교육청은 동료평가 참여율이 50%, 학생 참여율 40%, 학부모 참여율이 30%를 넘지 않으면 연수 대상자에서 면제해줬다.
전북교육청은 현행 점수식 평가와 함께 서술식 평가를 도입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서열화보다 내용을 강조했다.
물론, 모두 교과부의 시정명령을 받아 중단됐지만, 그만큼 교원평가의 부작용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의 여러 부작용을 수렴해 교과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대 김형태(교육학) 총장은 “마음대로 크면 위기를 만나선 감당하지 못한다. 학생은 혼나고, 꾸중 듣는 환경 속에서 커야 자기 조절능력과 인내력이 생긴다”며 “교사들에게 자율권과 통제권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