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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순 홍성 구항초 교사 |
그날은 우리가 가슴 벅차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러 홍성에 있는 유일원을 가는 날이었어. 하늘도 우리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축복해주는 듯 하얗고 탐스러운 함박눈을 선물해 주었지. 선생님이 유일원이라는 장소로 봉사활동을 가자고 했을 때 너희는 겁먹은 표정으로 왜 하필이면 그런 곳으로 봉사활동을 가느냐며 불만을 품은 표정이었단다. 그래 맞아. 유일원은 정신 질환이 있는 분들이 요양하고 계시는 사회복지시설이었으니까 너희 생각으론 정신병 환자들을 만난다는 것이 약간은 두렵기도 했을 거야. 하지만, 사회의 대부분 사람이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외면당하는,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너희는 너희가 가진 재주를 가지고 그분들을 즐겁게 해드릴 수 있는 재미있는 공연을 준비해 주었어.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춤과 율동, 악기 연주 등을 말이야.
버스에서 내려 유일원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와 주는 것이 너무도 고맙다며 손수 만든 빵을 선물해 주셨을 때 어떤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었지? “난 장애인이 만든 빵은 먹지 않을 거야.”
그 말에 친구들은 얼굴을 찌푸리고, 또 어떤 아이는 그렇게 말한 친구처럼 그 빵 먹는 것을 주저하고 말았지. 그 일로 선생님은 마음속으로 무척 속상했단다. 우리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요양을 하시는 환자 150여명이 공연장 안으로 들어오셨을 때를 기억하니? 함께한 너희와 선생님의 손을 붙잡으며 와 준 것이 너무도 고맙다고 하트를 그리며 미소 짓는 해맑은 표정은 세상 어떤 사람들보다도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였단다. 그리고 우리들의 공연은 시작되었어. 우리들의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무대 앞으로 나오셔서 그동안의 외로움을 잊고 흥겹게 어깨춤을 들썩이기도 하시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셨단다. 하지만, 우리들의 공연이 끝나갈 무렵 분위기는 이상하게도 우울했어. 마치 우리가 떠난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시는 듯 손뼉을 치는 표정 안에는 불안함과 서운함이 가득했지.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큰절을 올리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인사했어. 그리고 발걸음을 돌려 버스에 오르려 할 때 우리들의 손을 놓지 않으시고 “내년에도 꼭 오세요” 하시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눈망울 속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단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배가 고팠는지 너희는 선물해주신 빵을 너무도 맛있게 먹었지.
“처음엔 장애인이 만든 빵이라고 왠지 이상할 것 같아 먹지 않았는데 다른 빵과 마찬가지로 맛있어요. 아니 정성이 들어가서인지 더욱 맛있어요.”
그러면서 그 빵을 먹지 않겠다고 말했던 한 친구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아마도 자신이 색안경을 끼고 함부로 말했던 것을 무척 죄송해하며 오늘 그곳에서 함께 느꼈던 사랑의 나눔이 자신의 마음속에 전해졌기 때문일 거야. 그리고 자신의 소감 이야기 나누는 시간, 덩치 큰 태현이는 돌아오던 길 우리를 보내는 아쉬움에 눈시울을 붉혔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며 엉엉 울어버렸지. 모두 그 친구와 같이 공감하며 울다가 너무도 크게 우는 나머지 그 모습이 우스워 또 크게 한 번 웃었어. 그 웃음은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나서 사랑을 전한 우리들의 행복한 마음이었단다.
그날 우리들의 봉사는 배려와 나눔이라는 마음샘 속에서 사랑물을 퍼올리는 마중물처럼 앞으로 너희가 자라나는 동안 계속해서 실천할 수 있는 기쁜 마음 봉사, 행복한 실천의 선물이었다. 앞으로 너희가 자라나 어른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우리가 함께 했던 아름다운 동행, 함께 퍼올려 나누었던 배려와 나눔의 마중물 사랑은 이 사회에서 아름답게 열매 맺는 사랑의 열매로 함께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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