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하루는 모든 것을 잊고 맘껏 즐기자.'
학교 폭력과 공교육 붕괴 등으로 스트레스를 끼고 사는 2012년 1월 대한민국 학생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놀면서도 '열공'을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가정해체,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도움의 손길도 갈수록 뜸해지고 있다. 신나게 뛰어놀아야 하는 학교 체육 시간도 입시위주 교육에 밀려난 지 오래다.
본보는 학교폭력과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 등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 공교육 의 현 주소와 해결책을 전문가와 학부모들로부터 들어봤다. <편집자 주>
반에서 성적이 중간쯤인 고교 1학년 김지수(17·가명)양은 코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성적이 최상위권인 사촌과 자신이 비교되는 것이 싫어서다.
김양은 “'아무개는 기말고사에서 전교 1등을 했는데, 너는 몇 등 했느냐'라는 질문을 받기 일쑤다”며 “이같은 얘기를 듣기싫어 큰 집에 가기 싫다고 부모님에게 떼를 써보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꾸중만 듣는다”며 자신을 원망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은 성적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특정 브랜드 방한점퍼 소유 여부가 또래집단에 속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판가름한다.
중학교 2학년 임진형(15·가명)군은 “같은 반 친구 3분의 2 가량이 특정브랜드 점퍼를 갖고 있다”며 “이를 입지 않으면 없는 집 자식이라고 놀림거리가 되곤 한다”고 귀띔했다.
점퍼 가격에 따라 보이지 않는 계급이 형성되기도 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25만원 '찌질이', 50만원 '중상위권', 60만원 '있는집', 70만원의 경우 '대장'으로 불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옷 하나를 두고도 청소년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순천향대 남상인(청소년교육상담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데 특히 또래끼리 어울리지 못하는 자체가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진단하고 “이같은 상황에서 심리 또는 신체적으로 압박이 가해지고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극단적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달 초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 모 여고생도 주변으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 원인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청소년을 괴롭히는 스트레스는 핵가족 시대 가정 해체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정해체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전·충남 인구 1000명당 조이혼율은 최근 20년 동안 2~3배로 껑충 뛰었다. 1990년 대전과 충남의 조이혼율은 각각 1.0건, 0.7건이었으나 20년 뒤인 2010년에는 대전 2.1건, 충남 2.3건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해결을 위해선 심리적 안정, 대인관계 기술, 사회성 교육 등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점점 이같은 기대를 걸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남 교수는 “실제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상담해 보면 부모와 대화가 단절됐거나 부모 이혼 등 불우한 환경에 놓인 경우가 많다”며 가정해체가 청소년들의 스트레스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예체능 프로그램과 ‘놀토’에 클럽활동을 활성화 시켜 아이들에게 탈출구를 만들어져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시험과 무관한 창의적 활동을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중앙과학관, 대덕특구 투어 등을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 서로를 위해주는 문화를 배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송대 변재종(스포츠건강관리학부)교수는 “1일주에 하루 이상은 맘 놓고 놀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지자체와 교육청, 지역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학생들에게 레저 개념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주영·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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