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정치학 교수 |
정당이 국민의 뜻에 따라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정당의 변화는 좀 이상하다. 정당이 정당답지 않다는 말이다. 정당은 개념적인 의미로 정당의 창당이념에 동의하는 당원들이 모여 만든 정치결사체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요즘 정당의 변화는 이런 개념적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의 개혁을 추진하는 정당의 비상대책위원회에 정당의 당원이 아닌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고 있으며, 또 정당의 당대표를 뽑는 과정에 당원이 아닌 일반인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 마디로 정당의 존재이유가 과거와 많이 다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우리 정당에 정당의 진성당원의 유무와 역할, 그리고 임무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정당이 진성당원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했다. 그래서 당의 운영과 특히 공천과정에서 경선은 진성당원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정당에 진성당원의 의미는 사실상 소멸되고 있는 느낌이다. 당대표 선출은 물론이고 당의 운영에 있어서도 당원보다는 일반 유권자의 지지여부가 더 중요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일반 유권자의 지지는 그 당의 지지와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의 지지여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당과 정당의 후보자가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정당이 당원에 한정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정당과 당원의 임무와 역할이 정당이 존재하는 이유와 또 정당이 건전하게 육성되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좀 다르게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구별이 정당에 의한 정당정치가 대의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현실에서 그 중요성이 그대로 인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당정치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상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우리 정치 역사에서 정당정치의 실종을 경험해 왔다. 선거때만 되면 정치인의 정당이동이 '철새'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당선지상주의로 인해 유권자들은 무감각해진지 오래다. 이념과 성향이 같은 정당으로의 이동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념적 성향이 다른 정당으로 이동하는 것까지 유권자들은 이제 그러려니 한다. 정치인만이 아니라 정당 역시 선거때가 되면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또 합쳐지기도 한다. 현실이 이러니 진정한 의미의 정당정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비난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정당은 정당다워야 한다. 정당이 당원에 의해 움직이고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정당은 그 정당이 지향하고 있는 정치적 가치가 분명해야 한다. 그 정치적 가치는 국민에 의해 선거를 통해 검증받고 평가받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현재 각 정당들의 변화와 개혁의 움직임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정당의 구성과 조직부터 정당의 당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국민의 참여에 의해 이루겠다는 것이 정당성을 갖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당이 오로지 정권의 창출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것 또한 옳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당이 정권을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정치적 대안을 마련해서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정당에 대하여 국고를 보조해 준다. 정당의 운영은 물론이고 일정부분 선거비용을 보조하기도 한다. 바로 건전한 정당의 육성과 운영을 통해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정당의 변화 움직임을 보면 과연 정당이 필요한지 조차 의심스럽다. 아마도 '고전적 의미'의 정당은 이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대표를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이 뽑고, 이념이나 정당의 지향점이 모호하게 되고 또 혹시 나타날지 모르는 당대표가 없는 정당이 과연 정당다울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 정당의 개념부터 새로 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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