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발, 대구발 학교 폭력 도미노 현상이 대전에서 정점을 찍으며 한국 중등 교육의 위기를 대변하는 형국으로 치달으면서 교육계가 패닉 상태다.
심리학자들은 '베르테르 효과'로 인한 연쇄 자살이 잇따를 개연성이 높다며 이를 막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오후 6시 35분께 대전 서구 한 아파트 1층 현관 지붕에 고등학생인 A(17)양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투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B(17)양과 같은 반 친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대 손진훈(심리학과) 교수는 “폭력 사건이 아닌, 심리적인 요인이 학생들을 자살로 이끌다보니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며 “KAIST 학생 자살도 이런 측면에서 발생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이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다.
이들은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원적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맑은마음 정신과 어경선 원장은 “우선 학업 중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학생 자살은 학교와 학생 문제 뿐만 아니라 경쟁 사회 속에서 싸워서 이겨야 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어 원장은 대부분이 경쟁 사회에서 소외됐다는 자책이 자살로 이어지는 경향이 짙어 전문의가 참여하는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환재 대전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소장은 “학생들이 죽음에 대한 애도를 하고 죽음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생명을 포기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했다.
베르테르 효과를 막기 위해선 사회와 교육 당국의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이명주(교육학과) 공주교대 교수는 “심리 상담교사를 배치해 학생 스트레스 지수를 상시 관리하고 음악회, 미술관 관람 등 감성능력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학생들의 어려움이나 약점이 급속히 퍼지는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교에서 왕따와 자살을 부추기는 수단이 바로 휴대폰 문자메시지인 만큼, 이에 대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영진 대전 대신고 교장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대부분 유통돼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 모임을 활성화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오주영·이경태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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