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신소재 개발은 '황금알 낳는 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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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신소재 개발은 '황금알 낳는 거위'

[수요광장]김영민 특허청 차장

  • 승인 2012-01-17 15:01
  • 신문게재 2012-01-18 21면
  • 김영민 특허청 차장김영민 특허청 차장
▲ 김영민 특허청 차장
▲ 김영민 특허청 차장
흔한 쇠붙이를 금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대로부터 연금술에서 지속적으로 꿈꿔온 바람이다. 고대 철학자들은 '현자의 돌'이라는 신비한 물질을 통해 값싼 금속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으며, 과학과 미신이 혼재된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들뜬 기대감으로 금을 만들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근대로 접어들수록, 과학에 근거한 새로운 실험을 통해 다양한 화학반응의 본성들이 이해되기 시작했고, 잡을 수 없는 무지개를 좇는다고만 보아왔던 연금술은 근대화학의 태동에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화학물질 및 소재 개발의 모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오면서, 기존 소재의 기능을 훨씬 뛰어넘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소재의 출현으로 '신 연금술'의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예를 들면, 정교하게 조절될 수 있는 나노기술을 바탕으로 1g의 재료가 축구장보다 넓은 표면적을 가지는 물질, 다이아몬드만큼이나 높은 강도의 신소재,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 신소재 등의 최첨단 소재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 첨단 소재분야는 최종 제품원가에서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요즘 화두가 되는 태양광 등의 그린에너지 분야, LCD용 디스플레이소재 분야 및 휴대용 전자기기에 필요한 2차전지 분야를 보면, 이들 제품들은 원가 대비 소재의 비중이 50%를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첨단 소재분야의 기술은 막대한 투자와 장기간의 기초연구를 통해서만 상용화가 가능한 측면이 있고, 또한 강력한 원천특허를 무기로 승자독식이 가능할 수 있어, 일단 주도권을 쥐면 쉽게 추격을 허용당하지 않는 분야에 해당한다. 따라서 선진국은 이들 고부가가치 소재분야의 원천기술개발과 이를 토대로 한 지식재산권의 선점에 의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자 필사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첨단소재와 관련된 기술경쟁력이 부족한 실정으로, 이들 핵심소재와 관련된 기술축적 정도를 보여주고 있는 특허출원동향은, 태양광분야의 경우 2008년까지의 국내 출원 중 내국인의 출원이 14%에 그치고 있고, 차세대 첨단소재로 부각되고 있는 그래핀 관련 분야도 2009년까지 내국인의 점유율이 1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 소재 분야의 경우, 2008년까지의 국가별 미국특허등록건수 비율도 우리나라는 3%에 불과하고, 초고순도 탄화규소 소재 분야의 경우도 2009년까지 우리나라는 1.4%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한 핵심소재일수록 해외 선도 기업들은 핵심소재의 원천특허와 장비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핵심소재와 생산 장비를 해외 선도기업에 의존하면서 완제품 생산을 통한 양적 성장에만 치중하며 무역역조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어, 산업구조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소재분야의 중요성을 감해 산업계에서는 부단한 기술개발과 함께, 핵심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완벽한 지재권 포트폴리오를 형성함으로써 미래의 기술 경쟁력을 키워나갈 필요성이 있다.

한편, 이들 첨단소재 산업은 기업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역할도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2010년부터 금속, 화학, 세라믹, 섬유 등 소재부문의 세계시장 선점을 목표로 '세계시장 선점 10대소재 개발사업'을 지원해 범국가적 차원에서 핵심 소재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고, 또한 특허청에서는 2009년부터 '지재권 중심의 기술획득 전략사업', '첨단부품소재 IP-R&D 지원사업' 등을 수행해 소재분야를 포함한 미래 시장을 주도할 핵심·원천특허에 관한 지재권 확보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소재산업은 선택의 차원이 아닌 미래의 먹거리 시장의 생존수단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개발해 나갈 필연적인 기술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함으로써 우리가 만든 첨단소재들이 고부가가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세계 유수의 선도기업에서 사용되며,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또 다른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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