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문제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0년 만의 최저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비축분이 부족분을 충족한다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하지만 정부의 통계를 시장은 믿지 않았다. 2010년 신곡과 2009년 재고미 등 64만t을 시장에 쏟아붓고도 뛰는 쌀값을 잡지 못하는 것을 보면 결과적으로 시장의 판단이 옳았다. 농민들의 불신은 여기에 있다.
벼 재배면적 감축도 과연 쌀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아래 이뤄진 것인지 의심스럽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쌀 감산 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런 정책 아래 지난해부터는 매년 벼 재배면적을 4만㏊씩 줄여나가기로 했었다. 이로 인해 쌀 생산량이 급격히 줄고, 그 탓에 쌀값이 폭등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쌀값 안정을 위해 2009년 산 잔여 재고미를 탈탈 털고, 밥쌀용 쌀 21만t을 조기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쌀 물량 확보가 식량안보와 직결된다. 기상이변이 빈발해 세계 곡물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고 가격도 치솟고 있다. 유엔 식량기구 관리들조차 쌀값 폭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젊은 층의 탈(脫)농촌으로 벼 재배면적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굳이 인위적인 감축 속도 높이기는 다시 검토돼야 할 것이다.
농민들의 불만도 이해가 된다. 쌀값 폭락 때는 사실상 외면하던 정부가 쌀값이 오르자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으니 말이다. 흉년으로 수확량이 줄어든 농민과 지역 미곡처리장 등은 ‘뜻하지 않은 손실’을 보게 됐으니 반발하는 것이다. 정부는 쌀 재배면적, 수급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안정적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물가대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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