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는 지난해 연말 의정비 인상을 놓고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의정비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도의회에 대한 도민의 인식을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내포시대 개막을 앞둔 임진년 새해를 맞아 도의회가 민심을 도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대책이 있는지 유병기 충남도의회 의장을 만나 물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해는 칭찬과 함께 질책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지난해를 정리해 본다면?
▲ 유병기 충남도의회 의장. 이민희 기자 |
특히 2012년도 예산심사에서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행복한 사회 만들기에 주력했다. 부족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업의 시급성과 효과성에 중점을 두고 불필요한 예산이나 중복·낭비성 예산을 집중 점검했다. 예산심의 뿐만 아니라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충남개발공사의 법인카드 사용 남발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 추궁해 12월 1일 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 문제를 바로 잡았다. 의회에서 삭감된 충남복지재단 설립 연구용역을 다른 예산으로 추진한 것을 지적해 절차상 문제점과 의회를 무시한 행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성과도 많았지만 도민은 여전히 의회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인과 해결책은?
▲우리 제9대 의회는 누가 뭐라해도 열심히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부여군의회 초대 의원으로 시작해 1998년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4선 도의원으로 활동하는데 과거에 비해서 훨씬 잘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단 일부 의원이 잘못한 것도 전체 의회가 잘못된 것처럼 언론에 비춰지는데 물론 당연히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오늘날 지방의회는 많이 투명해 졌다고 자부한다. 사실, 지난해 의정비 인상 문제도 일부에서 시각을 달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의정비 조례 재의결은 인상이 목적이 아니라 잘못된 법을 바로 잡아보자는 것이 근본 취지다. 선출 정무직 공무원인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군수는 법에 의해 보수를 정해 놓고 공무원 보수 인상에 따라 자동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지방의원은 매년 여론의 뭇매를 맞고 도민의 눈치를 보면서 의정비를 받아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의정비 문제가 매년 되풀이 되는데 법 개정은 뒷전이고 재정지원을 볼모로 지방을 통제하려는 것은 지방자치 실현에 역행하는 아주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제도적 미비점이나, 불합리한 원인은 뒤로 한 채 인상부분만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라고 본다. 앞서 말했듯이, 이제 지방의회도 과거와는 달리 열심히 한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것 같다. 주민을 위해 법에 의해 선출된 지방의원을 믿고 신뢰를 보냄으로써 지역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결국 보좌관제 도입과 의회 사무처 인사권 독립, 의정비 현실화 등 의회 기능을 내실화하기 위한 대책도 힘을 받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도민이 원하는 진정한 지방자치와 의회의 역할이 무엇인가 많은 고민을 해 보았다. 결국, 도민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도의회의 역할 증대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을 높여야 되는데 의회사무처 인사권 독립과 입법보좌관제 도입이 꼭 실현돼야 한다. 물론, 집행부에서 의회사무처 직원 인사관련은 의장에게 사전 협의를 얻고 있다. 하지만,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부족하다.
지금까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를 통해 중앙부처와 국회에 건의를 했고 앞으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제도개선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 이 문제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의회의 전문성이 강화되면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민을 위한 초당적인 협력은 물론 집행부와도 뜻을 같이 하겠다고 했지만 복지재단 설립에 필요한 연구 용역 예산 등 일부에서 갈등도 있었다. 집행부와 관계 설정은?
▲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중 하나가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다. 안희정 지사도 지금까지 소통과 대화를 내세워 진정으로 도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의회와 관계정립을 위해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복지재단 설립 연구용역비를 의회도 모르게 다른 예산에서 사용한 것을 지적했다.
이 용역비는 2010년 12월 제239회 본회의에서 삭감됐던 예산인데 집행부에서 2011년도에 다른 예산을 이용해 용역을 수행한 것이다. 복지재단 설립은 용역을 주지 않고 여성정책개발원에서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돼 삭감했다. 그래서 부결했는데 또 다시 예산낭비를 자초해 지적한 것이다.
우리 의회는 200만 도민이 원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대처하고 또한 시급히 처리하고 있다. 도민이 원하는 일에는 도지사, 의장, 도의원이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적극 지원하고 협조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정례회시 행정사무감사나 예산안 심사 때 보았듯이 도민의 의사와 정 반대로 배치되거나 공정하지 못하고 편파적일 때,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극적 행정을 펼칠 때에는 도민들이 선택해 주신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과감하게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
-올해는 도청과 교육청이 이전하는 등 충남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의회의 역할과 대책은?
▲1932년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한 충남도청이 내포시로 다시 이전하는 매우 소중한 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내포신도시 조성사업으로 현재 도교육청과 충남지방경찰청 청사 신축공사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도청사 건립이 68% 진행되고 있는데 골조공사를 모두 마치고 외장공사와 내부설비, 전기, 통신, 배관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 말 도청이전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도 올해 말까지 공사완료해 도청과 동시 이전하고 도경찰청은 내년 상반기 중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청사건립 마무리를 위한 국비확보는 물론 신도시 용지 분양대책과 세계 최고의 명품도시 건설을 위한 체계적인 도시기반 확충 등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독려와 감시,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세종시도 출범하면서 기대도 크지만 도세 감소, 선거구 신설 등 해결과제도 많다. 이에 대한 대책은?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은 국가균형발전의 첫 단추를 꿰는 것으로, 적극 환영한다. 또 천안시를 비롯한 우리주변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지구와 기능지구 설치가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반면 세종시 출범으로 도세(道勢)가 위축 되는 만큼 도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세종시와 더불어 상생 발전할 해법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도의회에서는 '충남도와 세종시간 상생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 세종시 출범 준비단을 방문해 현황을 살펴보는 등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의정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한·미 FTA 등 시장개방으로 고민이 많은 농어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FTA 협정 체결은 지난해 7월 1일 한·EU에 이어 11월 22일 한·미 FTA가 체결됐다. 또 앞으로 중국과 일본과의 협상이 줄줄이 예상돼 농업 도(道)인 충남은 커다란 타격과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충남도의회는 지난해 농·어업 등 피해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특히 도의회와 농업 전문가들이 함께 'FTA 대응 충남농업전략연구회'를 결성해 농업현장 방문과 토론회, 간담회 등을 통해 FTA 대응방안을 모색하면서 충남농업의 발전전략을 집행부에 대안으로 제시했다.
앞으로도 쌀 생산 및 과수산업을 비롯한 전체 농업분야에 친환경 및 유기농업 확대, 고품질 생산 및 전문생산단지 기반조성은 물론 발상전환을 통한 블루오션 산업과 틈새 산업 개발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마련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
-2012년도 의정운영 방향은?
▲새해는 우리 충남에 큰 변화가 예고돼 있다. 80년 만에 도청이 도민의 품으로 돌아가고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인 세종시 이전과 과학벨트 건설, 지역 대표를 선출할 4월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실시되는 등 새로운 성장과 발전을 위한 역동적인 해가 될 것이다. 반면, 유럽발 금융위기 확산과 김정일 사망에 따라 정세불안 등 상황 다변화가 예상된다.
도의회는 도민생활 안정에 역점을 두고 충남의 새로운 발전 및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다하겠다. 조례제정 및 집행부 견제와 감시를 철저히 수행하면서 도청이전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국비확보 등 지원, 세종시 및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연계한 충청권이 함께 상생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겠다. 도민이 있는 현장중심의 의정활동을 펼쳐 공정하고 균형 있는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드린다.
▲부푼 기대와 희망찬 임진년(壬辰年) 새해가 밝았다. 210만 도민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 올해는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일류 충남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의회도 도민들의 성원으로 나날이 성장해 이제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210만 도민의 뜻을 받는 도의회가 되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겠다. 도의원들은 늘 도민 곁에 있고 도민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언제든지 달려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 올해는 더 성숙한 의회상을 반드시 보여 드리겠다.
대담=김대중 정치부장(부국장)·정리=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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