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니엄 |
두 영화 모두 스웨덴의 작가 스티크 라르손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3부작으로 이뤄진 『밀레니엄』시리즈는 다국적 거대기업과 그것의 부패, 광란적 민족 우월주의 등을 흥미로운 사건과 치밀한 전개, 예측 불허의 결말로 풀어내 전 세계적으로 6500만부가 팔렸다. 특히 홈즈와 왓슨 같은 미카엘과 리스베트, 추리콤비 탄생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가의 모국 스웨덴 영화계는 물론 할리우드가 눈독을 들이기 충분한 매력이 거기 있었던 것이다.
스웨덴 판 ‘밀레니엄’이 스웨덴 특유의 스산한 겨울 풍경을 담아 방대한 원작을 간결하게 풀어냈다면 할리우드의 것은 훨씬 감각적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뮤직비디오처럼 눈과 귀를 압도하는 감각적인 영상과 강렬한 음악으로 담아냈다.
‘밀레니엄’은 40년 전 고립된 섬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한 소녀의 실종사건을 쫓는다. 기자 미카엘과 용 문신을 한 범상치 않은 천재 해커 리스베트는 단서 조각들을 맞춰나가며 실체에 접근해 간다.
핀처 감독은 캐릭터의 매력에 특히 집중한다. 영화 원제가 ‘용 문신을 한 여자’(The Girl with the Dragon Tatoo)인데서 보듯 ‘밀레니엄’은 대니얼 크레이그의 영화가 아니라 리스베트를 연기한 루니 마라의 영화다. 깡마른 몸매에 파격적인 펑크 헤어스타일, 스모키한 화장, 피어싱에 용 문신까지. 모터사이클을 즐겨 타는 여전사 리스베트는 시종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음울한 영화 분위기와도 썩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핀처의 선택은 탁월했다.
핀처 감독은 ‘쎄븐’ ‘조디악’에서 이미 연쇄살인 사건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그때 그가 드러낸 것은 살인범이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악의 근원이다. ‘밀레니엄’도 살인범을 쫓는다. 하지만 봐야 할 것은 사건 뒤에 숨은 추잡한 인간 본성,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 속에 내재된 악마성이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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