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일 사회단체부장 |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아동보육시설 '천양원'의 이연형 원장이 자전적 수필집 받은 사랑 풀어내 놓아라에서 한 이야기다. 올해로 칠순을 맞는 이연형 원장을 본지의 와이드 인터뷰면 중도초대석에 모시면서 이 책을 지난 주말 내내 다시 읽어보았다. 이 원장은 천양원 설립 60주년을 기념해 꿈을 노래해봐라는 제목의 두 번째 수필집 출간을 앞두고 책 원본을 이메일로 보내주셔서 책 말미에 있는 천양원 설립자 유을희 원장에 대한 애틋한 효심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주말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며 1000여 명의 고아들을 가슴으로 품고 사랑해온 사회사업가의 숭고한 박애정신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맛보았다. 이 원장의 시설 아동들에 대한 사랑은 헌신이 아니라 차라리 눈물이고 고통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 원생 아이 한명 한명에게 애틋한 정을 쏟는 이 원장의 사연을 들어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밤이 이슥하도록 부모와 갓 떨어진 한 아이가 울면, 옆의 아이도 덩달아 울고, 또 앞에서 울고, 한창 아빠, 엄마를 찾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이 원장은 평생 동안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정신병자 아버지에게 얼굴을 물어 뜯겨 흉측한 얼굴을 가진 원생이 보호 연령이 지나 퇴원해 어느 도시 목공소에서 일하다가 결국 자신의 생을 비관해 철도에 투신자살했을 때 그 망가진 시신을 수습하며 통곡했던 사연도 있다. 이 원장은 또 원생중 퇴원해 농촌으로 시집갔다가 폭력남편에 시달리는 처지가 안타까워 법정에서 원생 남편의 오랜 폭력 증거를 들이대며 이혼을 변론한 경우도 있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고, 1000여 명의 고아들을 돌봐온 이 원장의 마음고생, 몸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짐작이 간다.
이 원장은 6·25 전쟁이 나던 1950년 아홉 살때 아버지, 어머니를 보름 간격으로 잃고 천애의 고아가 됐다. 2년여를 갖은 고생을 하며 고향 강경을 전전하다 이 원장의 처지를 딱하고 가엾게 여긴 교회 장로의 소개로 열한살 나이에 천양원 설립자 유을희 원장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이후 유을희 원장이 이연형 원장에게 쏟은 눈물겨운 사랑은 친자식 이상이었고, 이연형 원장 역시 유을희 원장을 지극정성으로 살뜰히 모셔 모자지간의 정이 남다르게 뜨겁고 깊었다. 친부모에게도 이렇게 지극한 효심을 갖기는 어려울 터인데 이 원장의 극진한 효성을 보면 하늘이 내린 효자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홉 살때 고아가 된 이후 그렇게 험난한 인생 역정속에서도 지금까지 “나는 많은 사랑과 은혜를 받은 사람이다. 내가 받은 이 사랑과 은혜는 다 갚을 길이 없다. 그래도 받은 사랑 갚기 위해 아이들을 사랑하며 살겠노라고 내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자 한다”고 말하는 이 원장의 삶을 보며 세상의 눈물을 닦아주는 분이라는 어느 분의 표현에 공감하게 됐다.
스스로 부귀영화를 포기한 채 남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 소위 3D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자나 깨나 하늘동산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돌보아주고, 먹이고 입히고 성공시키는 일까지 한치의 소홀함도 없는 이 원장의 삶은 사랑의 불모지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인도주의적 사랑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다. '절망이라는 무서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상대적 경쟁과 비교우위에 찌든 세상에 대해 원망하지만 이 원장은 '절대 강자는 고난 속에서 꽃이 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의 이타적 사랑의 근원은 바로 그가 믿고 의지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비롯됐다. 부모를 잃고 떠돌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따뜻한 어머니가 되어주셨던 천양원 유을희 원장의 사랑을 기억하고, 그 받은 사랑에 힘입어 더 많은 아이들을 하나님이 길러주시는 동산으로 인도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원장이다.
예전과 같이 전쟁고아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되던 아동보육시설에 이제는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가정을 잃은 아이들이 입소한다고 한다. 이 아이들이 받은 크나큰 상처를 감싸안고 어루만지고 사랑으로 보듬는 이가 바로 이연형 원장이다. 유성성결교회 장로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가정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주는 이 원장의 희생과 헌신이 시설 아동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고 상처를 치유해 주는 일등공신이라고 생각된다. 마음으로 낳아 키운 그 수많은 아이들을 한명 한명 친자식보다 더 사랑하며 바른길로 이끌어주는 이연형 원장의 삶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받은 사랑을 풀어내놓고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베풀며 사는 이 원장의 삶을 본받고 싶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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