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명승 前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일본 동경근교 마쿠하리에서 세계 원자력전문가 500여명이 모여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넘어서'라는 주제하에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과 대책 및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기술 방안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제 10 차 글로벌 학회(Global 2011)가 개최됐다. 여기서도 역시 원자력 이용의 기본은 3 S 임을 재확인하였다. 즉 안전(Safety), 핵안보(Security) 및 안전보장조치(Safeguards)의 확보는 원자력 이용의 기본이다.
원자력에너지 이용에서 안전성은 일반적인 산업 안전관리에 비하여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즉, 뜨거운 핵분열 에너지를 식혀 줄 냉각시스템을 항상 유지해야 하고, 핵분열시 발생하는 유독한 방사성 물질을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격리시켜 줄 수 있는 밀폐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며, 특히, 핵분열 반응이 종료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은 잠열을 식혀주어야 할 붕괴열 제거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지난 해 3월 동일본 지진후에 발생한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의 전력공급 중단에 의해 전개된 일련의 사고는 거대한 자연재해에서 인간의 총명함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세계 원자력계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 사고와 1986년에 발생한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를 바탕으로 수많은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었으며, 후쿠시마 사고는 원자력 안전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자는 더욱 겸손하고 자성하며 완벽을 추구할 것이며, 우리나라 역시 후쿠시마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향후 5년간 1 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더욱 더 안전한 원자력발전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원자력에너지 이용에 따르는 또 다른 도전은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다. 평화적 에너지 생산 연료인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원료로서 오용될 우려가 있어, 완벽한 핵물질 관리를 위한 안전조치(Safeguards)는 원자력 이용의 기본 요건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원자력기구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를 준수하고 핵물질의 안전관리 분야에서 세계 원자력 이용국의 모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핵물질 안전조치체제가 북한, 이란 등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앞으로 세계적인 원자력 이용 확대에 수반될 핵물질 오용 우려를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이르러 우리가 유의해야 할 사항은 핵안보(Security)의 보장이다. 작금의 국제 상황은 전면적인 전쟁 발발보다는 비정규전 성격의 국지적인 도발과 테러를 통한 이익추구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정교한 핵무기 기술의 확산 방지는 물론, 초보적인 핵무기 기술과 저급 방사성물질을 이용한 방사성물질 무기의 개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국제적인 협조체제와 기술의 개발이 시급하다. 따라서,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고농축우라늄의 활용을 저농축우라늄으로 대체하고, 핵물질의 이동을 체계적으로 감시하며, 민감 핵기술의 확산을 원천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국제적인 협조체제가 더욱 공고히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오는 3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50여 세계정상과 국제기구의 대표가 모여 이명박 대통령의 주재하에 3S를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이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확대를 위하여 필수적인 과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 원자력계의 중심에 서서 선진 원자력 이용국과 신규 원자력 도입국간의 중재자로서 인류가 당면한 핵심적인 도전과제인 깨끗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류의 행복을 위한 문명의 이기인 원자력 이용의 명운이 우리의 손 안에 달려 있음을 엄숙히 느끼면서, 2012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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