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13개 아동보육시설 중 가장 많은 아동들이 생활하고 있는 천양원이 올해로 설립 60주년을 맞았다. 70평생 고아들의 대부로 살아온 이연형<사진> 천양원 원장이 평생 천양원에서 사랑으로 길러낸 아이들 1000여명과의 애틋한 사연을 담은 책 받은 사랑 풀어내 놓아라에 이어 천양원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6년만에 두 번째 저서 꿈을 노래해봐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연형 원장은 책 출간과 함께 60주년을 기념하는 야심찬 사업을 준비중이다. 이에 이연형 원장을 만나 천양원 설립자이자 그의 양어머니인 유을희 원장에 대한 지극한 효심과 일평생 사랑으로 키운 아이들과의 가슴 뜨거운 사연들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고아들의 대부로 평생을 살아오게 된 인생 스토리를 간략하게 소개해주신다면.
▲ 이연형 원장 |
-예전의 아동보육시설은 전쟁고아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요즘은 어떤 아이들이 시설에 들어오는지.
▲가정이 해체되어 오는 아이들이 많다. 교육환경이 너무 힘들고 시설 운영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바른 심성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친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곁길로 빠져들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따뜻한 사랑을 심어주고, 아이들의 능력을 개발해주고, 꿈을 키워주는 아버지가 되려고 한다. 6년 전에 쓴 책 받은 사랑 풀어내 놓아라에 이어 이번에 출간하는 꿈을 노래해봐는 아이들에 대한 내 사랑과 희망을 담은 책이다. 천양원은 아이들이 숲을 가꾸고,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채소밭을 일구고, 과수원에서 과일을 재배하면서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가운데 자랄 수 있도록 나의 모든 열정과 혼을 쏟아 키우고 가꾸는 하늘동산이다. 천양원의 총무와 부원장으로 23년, 원장으로 20년을 일해오고 있으니 43년간의 나의 땀과 노력과 애정과 혼이 깃든 이곳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며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지나온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43년간 고아들을 위해 봉사해오면서 힘들었던 일과 보람 있었던 일을 소개해주신다면.
▲아이들을 아무리 사랑해줘도 그것을 모르고 반항하고, 비행을 저지르는 아이들이 5% 정도 된다. 그 아이들이 나를 몹시 힘들게 하지만 예쁘고 말 잘 듣고 성실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보다 더 사랑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속상했던 경우는 생후 2개월때 입소해 업어 키운 아이가 중학생이 되더니 새로 입소한 비행 친구들과 어울려 가출하고 반항할 때였다. 지금도 가출해서 안 들어온 상태라 경찰에 신고하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제발 돌아와 달라고 늘 기도하고 있다.
보람 있는 일은 가출했던 아이들이 잘못을 깨닫고 돌아오는 경우다. 올해 스물 여덟살 된 남자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여섯 살 때부터 길렀는데 열세살때부터 비행을 저지르고 가출을 일삼았다. 사고를 칠때마다 보호자로서 사고 뒷수습을 하고 뒷바라지하면서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다. 그런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교도소 드나들기를 밥먹듯이 하던 아이가 지난해부터 신앙의 힘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어느 날 하나님의 은혜로 용서받은 죄인일뿐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홍성교도소에 가 있는 그 아이에게서 얼마 전 편지가 왔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난 하나님 은혜로 용서받은 죄인입니다. 지금은 감사의 시를 쓰고 신앙의 시를 쓰고 있습니다. 이제 출소해서 나가면 아버지에게 희망을 드리는 아들이 되겠습니다.' 이 편지를 읽고 15년 동안 참고 기다린 보람을 느꼈다. 43년 동안 아버지 역할을 하며 길러낸 아이들이 1000명은 된다. 이 아이들을 양육시켜 버젓한 사회인으로 장성케 하는 것이 기쁨이고 보람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아동 양육시설 운영의 가장 큰 묘약은 바로 사랑이다.
-천양원 60년 역사의 비전이 있다면.
▲'개원 60년 새로운 복지의 요람'을 슬로건으로, 아동복지에서 한발 더 나아간 복지 모델을 펼쳐보고 싶다. 지금은 천양원 주변이 그린벨트로 묶여있지만 규제가 풀리면 노인복지시설을 만드는 게 꿈이다. 아동청소년센터와 노인복지시설이 한데 어우러진 하늘동산을 이루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우선 올해 단기적인 목표는 오는 10월 순수한 천양원 출신들을 초청해 천양원 60주년 기념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2006년에 발간된 자전적 수필집 받은 사랑 풀어내 놓아라에 이어 두 번째 책 꿈을 노래해봐를 출간할 계획이다.
세 번째 계획은 하늘소리오케스트라의 필리핀 순회 연주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2007년 천양원에 하늘소리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하늘소리오케스트라는 두 번의 정기연주회를 성황리에 잘 마쳤다. 올봄에는 필리핀의 가난한 마을을 순회하면서 음악으로 희망과 꿈을 주는 연주여행을 하는 게 꿈이다. 그런데 예산확보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후원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천양원 설립 60주년 기념 마지막 사업은 설립자이신 유을희 원장님의 흉상을 제작하는 것이다. 경기도 안양에서 목회하시는 한석우 목사님이 500만원을 기부해주셨다. 기념예배때 어머니 흉상 제막식을 할 수 있길 소망하고 있다.
-요즘 청소년 왕따 문제, 자살 문제 등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심각하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견을 주신다면.
▲우리 시설에서도 원 가정과 아동과 시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려고 한다. 아동보육시설에 한번 맡기면 연락도 안 취하고 멀리 떨어지려고 하는 친 부모들이 많다. 시설아동들에 대해 사회나 시민들이나 편견을 갖고 바라보지 말고 시설 아동 출신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성공하면 더 큰 박수를 보내고 격려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잘되고 성공해도 아동 보육시설 출신이라고 떳떳이 이야기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시설 출신 아동들이 성공해서 자신이 자란 시설들을 돌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학교도 혼란스럽고, 아이들은 선생님 말씀도, 부모님 말씀도 잘 듣지 않는다. 예절이 살아있어야 하고 효 교육이 살아야 한다.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하고, 어른들 말씀을 중천금으로 생각하는 예절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이 사회를 튼튼하게 지키려면 아날로그식 교육이 중요하다.
천양원에서 나를 사랑으로 길러주신 유을희 어머님의 삶을 존경한다. 스물셋에 남편과 사별하고 유복자 아기마저 100일때 폐렴으로 떠나보낸 뒤 삶의 희망을 잃어버렸던 어머니를 하나님이 귀히 쓰시게 됐다. 노성, 공주 등 각지에 교회를 세워 많은 영혼을 구하고, 고아원들을 세워 많은 고아들을 살려내신 어머니의 삶을 본받고 싶어 나도 개인적으로 편하고 대우받는 일 대신 천양원에서 내 청춘과 장년을 다 바쳐 일했고, 이제 노년기에 접어들어 황혼을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내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고 보듬어 키울 것이다.
●이연형 원장은…
▲1942년 논산 강경 출생 ▲충남대 문리과대학 졸업(문학사), 충남대 경영대학원 졸업(경영학 석사), 연세대 교육대학원 수료(교육문화과정) ▲육군 소위 임관 후 중위 만기전역(ROTC 4기) ▲아동복지시설 천양원 총무, 부원장, 원장 ▲계명새마을금고 설립 이사장 역임 ▲사회복지법인 基聖 사회사업유지재단 이사 ▲한국아동복지연합회 이사 및 정책위원장 ▲CCF한국연합회장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운영위원, 부회장 ▲유성구행복네트워크 상임대표 ▲대전네트워크 회장 ▲저서(수필집) 받은 사랑 풀어내 놓아라(예찬사 간) ▲<문학사랑> 2006년 신인작품상(2편) 당선, 수필가로 등단 ▲내무부장관 표창, 대전지검 검사장 표창, 사회복지대회 대상 수상, 보건사회부장관 표창, 대전시개발상 본상,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사회복지사협회 제3회 한맥사회복지사 대상 수상
대담·정리=한성일 사회단체부장·사진=손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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