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체육관은 세계 챔피언 염동균을 위시해 동양 챔피언 오영세, 세계 주니어선수권 금메달리스트 김수원 등이 정상의 꿈을 다진 유서 깊은 곳이다. 다시 말해 일개 권투 도장이 아니라 지역의 명물 반열에 올릴 수 있다. 지역을 넘어 한국 복싱 발전에 기여한 상징성을 갖춘 공간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현재 대전권투회 등 지역 복싱계에서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체육관 폐관만은 막자는 움직임에 뜻과 힘을 보태고 있으나 역부족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부지 소유권이 있는 충남대 측의 선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대전시체육회에서도 제약은 따르겠지만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다해주길 바란다.
부지 사용에 따른 변상금을 갚더라도 국유인 해당 토지는 국가에 귀속되는 국유재산관리법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엄정한 법의 기준만을 적용해 이 체육관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체육관을 유지시킬 방안을 찾아보고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살려내야 한다. 하루아침에 공중분해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민적 유산 아닌가.
우리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대로 학교 측에 다른 저의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변상금 징수와는 별도로 체육관은 '반드시 철거' 대신 '반드시 존속' 원칙을 세우고 처리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체육관에서 졸지에 무단점유한 불법 건축물 신세로 전락한 명문 체육관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해법이다.
법의 논리, 국유재산 관리 주체로서의 입장도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비영리사업이고 지역 체육 발전을 위해 기여했다'는 체육관 측 호소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이곳 역사를 아는 많은 시민들도 “체육관이 사라지면 마음의 고향이 사라지는 셈”이라는 한 노익장 복서의 심정에 동의하고 있을 것이다. 중지를 모아 한밭복싱체육관을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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