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B중학교에는 50대 교사들이 거의 없다. 정년을 4년 앞둔 한 교사는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상대적으로 학교 폭력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스스로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늘고 있다. 교사로서의 한계 때문이란다. 학생 지도 과정에서 인성과 교육자로서의 자부심이 아니라,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하는 등 타성에 젖어야만 버틸 수 있다는 게 일선 교사의 하소연이다. 이 학교의 교감은 “엄격히 말해 학교에서 학생 지도책임은 교사에게 있는 건 맞다”며 “하지만, 현실은 교사들에게 너무 냉혹하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줄곧 직업 선호도 1위를 지켜온 교사(敎師)의 '교단 엑소더스'(exodus)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교사 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 한계에 이를 정도로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 등의 교육 환경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교사일수록, 중학교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심해 해마다 적지않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다.
'교단 엑소더스' 현상은 1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중앙대 김이경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발표한 교원 사기 진작 방안 연구 용역보고서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생활지도의 부담이 크다'는 문항에서 중학교 교사의 평균점수(5점 만점·낮을수록 부정적 인식)가 2.26점으로 가장 낮았다. 특성화고(2.36점), 초등(2.4점), 일반고(2.48점) 순이었다. 여교사(2.33점)가 남교사(2.43점)보다, 국·공립(2.36점)이 사립(2.47점)보다 어렵다고 호소했다. 중학교일수록, 여교사일수록 학생을 지도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C중학교 교감은 “학생들의 언행이 너무 심해 차마 입에 담기가 민망할 정도”라며 “교사가 다그치면, 교원평가 때 두고 보자는 등 이미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가장 선호하는 직업임에도, 명예퇴직 신청이 계속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월 말 대전교육청의 교원 명예퇴직 신청자는 공립 66명, 사립 18명 등 모두 84명이다. 충남교육청도 139명의 교원이 명퇴를 신청했다. 특히, 중학교에서 교단을 등지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교원단체 관계자는 “사실상 교사들이 학생 생활 지도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며 “이번 교과부 대책에서 이런 현실을 감안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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