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
리더십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리더십 불변의 법칙에서 존 맥스웰은 “사람들은 리더를 먼저 마음속으로 받아들인 후에 그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을 따르게 된다”고 했다. 우리는 좋은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마음에 드는 리더를 먼저 선택한 다음에서야 그가 제시하는 비전을 수용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리더에게 마음을 열게 될까? 백악관에서 인력담당 보좌관을 지냈던 레스 T. 쏘르바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리더다”라고 했다. 홍익대 최연 교수도 “리더십은 신뢰에 근거하는 인간관계다”고 했다. 어떤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는 과정은 곧 그 사람에 대한 신뢰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리더로서의 전문성과 자질을 갖췄는지, 충분히 도덕적인 사람인지 등 '능력'은 물론 '인격'까지 신뢰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리더로 받아들이게 되고, 또 그 리더를 따르게 된다.
우리가 정치리더의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리더의 시대정신은 국가와 사회를 변혁시키는 모티브가 되고 이상은 방향타가 되기 때문이다. 링컨의 시대정신과 이상이었던 노예 해방은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역사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반대로 아르헨티나 페론 대통령의 노동조건 개선, 임금인상, 외국자본 배제 등의 정책은 재임 시에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결국 못 사는 나라로 전락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정책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은 리더는 더 높은 책임과 의무도 기꺼이 짊어져야 한다. 필자가 작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 원자력규제기관의 대표자는 “조금 더 잘 대응했더라면…”하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안전의 확보는 궁극적으로 사업자의 의무다. 그러나 사업자인 동경전력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국민의 신뢰를 더 많이 받아 왔던 규제기관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사고수습에 임했었다면 일본국민의 분노와 불신은 지금과 같이 극에 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안전규제전문기관장으로서 국민의 신뢰와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시 한 번 통감하는 바다.
오늘날 세계는 환경, 기아, 빈곤, 전쟁, 종교 및 민족 갈등 등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나라도 평화와 통일, 빈부격차, 지역갈등, 사회적 책임 등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더욱 강화돼야 할 원자력안전정책, 글로벌 안전체제 구축 등도 새로운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다. 링컨과 페론 중에서 누가 리더가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데 있어 '공정한가? 또는 정의로운가?'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로 '사전 동의' 여부를 말하고 있다. 즉, 내가 선택한 것이라면 그에 따르는 결과에 대한 수용성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2012년 선거의 해에 뉴 정치리더를 선택해야 하는 우리는 링컨과 함께 미래를 내다 본 해법을 찾을 것인지, 페론과 함께 당장의 인기와 미봉책 찾기에 여념이 없을지 역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정치에 실망하고 정치인에게 환멸을 느끼는 대한민국과 지구촌일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각 정당도 필생의 활로를 찾는 절박한 심정으로 환골탈태를 다짐하고 있다. 올해는 반드시 국민과 마음을 나눌 리더, 존경받을만한 정치리더들을 탄생시켜, 그들과의 기분 좋은 동행을 통해 국격을 높이고, 평화와 번영의 지구촌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새해 소망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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