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은 반영구적인 난방장치다. 구들은 방밑에 굄돌을 줄 지어 밭고랑처럼 방고래를 만들고 그 위에 넓적한 구들장을 올려놓는다. 한쪽에는 불을 때는 아궁이를 설치하고 다른 한쪽 끝에는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을 설치한다. 그런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그 열기가 구들장을 데우고 굴뚝으로 연기가 빠져 나가야하는데, 지역에 따른 바람의 방향과 세기, 방고래의 경사도에 따라 연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고 역류하곤 하였다. 그러므로 구들장 밑에는 아궁이에서 땐불이 잘 넘어가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인 '부넘기'와 굴뚝으로 부터 거꾸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는 장치인 '바람막이', 굴뚝으로 빠져 나가는 연기속에 들어있는 미세한 재티나 그을음 등이 모여 아래쪽으로 쌓이도록 한 '개자리' 등을 마련해 놓는 과학슬기를 발휘 하였다.
이러한 장치들로 구성된 반영구적인 구들도 몇 년씩 오래 사용하다 보면 중간 중간이 막히거나 무너져 내리는 경우들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구들에 정통한 마을의 구들전문가들이 고쳐서 구들을 되살려 놓곤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수리 전문가뿐만 아니라 막힌 방고래를 뚫어주는 전문기술자가 있었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구들전문가는 '배관전문가'라 할 수 있고 방고래를 뚫어주는 전문가는 하수구나 변기의 막힌 곳을 뚫거나 배관을 청소하는 '세관전문가'라 할 수 있다. 막힌 방고래를 뚫는 일을 '고래질'이라 하였는데, 고래질꾼은 아궁이에서 밀어 넣어 굴뚝 밑의 개자리까지 뻗칠 수 있는 대나무를 쪼개 이어서 길게 만든 끝부분에 짚이나 헝겊뭉치를 매단 연장으로 방고래에 쌓여 막힌 재티를 밀어내 뚫었다. 고래질을 하고 나면 굴뚝밑의 개자리에 밀어낸 재티가 쌓여 있게 되는데 개자리를 뚫고 파낸 뒤 막으면 고래질이 끝나게 된다. 고래질을 한 뒤에 커다란 풍구로 바람을 불어 넣어 고래가 잘 통하는지 확인한다. 이러한 고래질은 지금의 세관기술과 다름 아니다. 올겨울도 열에너지를 잘 아껴서 구들장과 아랫목의 추억어린 따뜻함을 되새겨보자.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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