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덕담은 상대방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나는 일들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 내용도 자녀, 진학, 취직, 승진, 재산, 건강 등의 형편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해 인사를 제대로 하려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기보다 상대방의 구체적인 형편을 고려해 인사를 건네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이 전형적인 새해 인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지구촌 사회로 불리는 현대사회는 컴퓨터의 발달로 날이 갈수록 바빠지는 느낌이다.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끼리도 서로의 근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상대방의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방의 사정을 들어 인사를 하게 되면,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두루뭉술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 무난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복(福)이란 글자의 어원이나 사전적 의미를 종합해 보면, 대강 '사람의 힘을 초월한 오붓하고 넉넉한 운수'를 뜻하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이와 같이 좋은 의미를 가진 말로 서로 복을 빌어주니 참으로 보기 좋은 풍습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 대신 '새해 두루 건강하기 바랍니다'라고 덕담을 한다.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권하고 있다.
물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가 좋은 뜻을 가진 덕담인 것은 틀림없다. 아울러 그 누구도 새해를 맞이해 상대방의 복을 빌어주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이유로 해서 나는 '두루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보다 더 적절하다는 나름대로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는 기복적(祈福的)인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각오와 계획으로 한 해를 힘차게 전진해 나가야 할 사람에게 주는 인사로 마땅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복은 좋은 것이고, 복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새해 인사로는 '운수'보다 자신의 '노력'을 권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복 많이 받으세요'는 누군가가 그에게 복을 주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결국 인사를 받는 당사자가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되는 나약한 피동적 존재로 비쳐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는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 하는 인사로는 자연스럽지만,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에게 하는 인사로는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줄 수도 없거나 또는 줄 것도 없으면서 상대방에게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대강 이런 이유로 해서 나는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보다 '두루 건강하세요'라는 새해 인사를 권하는 것이다. '두루' 또는 '두루두루'라는 말은 몸과 마음을 다 가리키는 것이다. 자신은 물론이고 가정이나 세상까지 다 포함하는 것이다. 건강은 누가 갖다 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노력을 통해 성취하고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운수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여 한 해를 두루두루 건강하게 살다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은 저절로 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복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복을 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런 생각 때문에 나는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보다 '두루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인사가 더 나으며, 널리 쓰이기를 바란다. 임진년 새해를 맞이해 중도일보와 중도일보사가 봉사하는 세상을 위해 덕담 한 마디를 전한다.
중도일보와 함께 하는 사람과 세상 모두 새해에도 두루두루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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