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소문의 유형도 진화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중국의 북한 파병에 김정은 사망설 등 황당한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대전 상공의 소닉붐(음속 폭음)이 땅굴소음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구제역 사태 때도 충분히 경험했듯이 늑장 조치가 소문을 눈덩이처럼 키운다. 분명한 것은 뒷북 대응이 루머를 키운다는 사실이다.
출처 불명의 악성 루머의 해독은 한 기업을 흔들리게 할 만큼 때로는 치명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는 장난쯤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하는 심리에 투자자들에게 추종매매를 지양하라고 당부해봐야 이미 늦다.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해도 믿지 않는다는 데 루머의 심각성이 있다.
직접적인 타격이 있는 곳은 증권가다. 금융당국은 루머조사팀을 상시 가동해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최근 중국원양자원 대표가 한국증시 상장에 깊이 후회한 것도 루머 때문이었다. 미확인 정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는 신뢰사회가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최대한 확인된 정보만 전달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루머의 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사실 광우병과 천안함 사태 국면에서 충분히 경험하고도 정체불명의 루머에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김정일 사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틀렸음이 며칠만에 드러났다. 유언비어를 차단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도 그 근원지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루머는 상당부분 사전에 커버할 수 있는 측면도 많다. 물론 지난 며칠새의 루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져 우리 일상에서 북한 관련 변수가 언제든 뇌관으로 작용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악성 루머에 대해서는 주의 깊은 대처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시장감시활동을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루머 한마디에 휩쓸려 주식시장이 홍역을 치르는 일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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