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하나는 언론의 지적과 비판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조그마한 문제까지 예민하게 반응해 담당자가 매번 항의성 전화를 하거나 일부 무리들의 댓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무반응이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후자의 경우에는 당혹스럽고 그것이 간혹 언론사에 대한 경영 압박으로 작용할 때는 기자로서 무력감이 드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지난 달 필자가 본지의 칼럼을 통해 염홍철 대전시장을 비판한 것에 대해 충성스런 공무원이 반론을 제기했고 필자가 다시 재반론을 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며칠 동안 본지의 열독률(閱讀)이 많이 올라갔다는 이야기와 후속 글이 없어 아쉬웠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도 오갔다.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의 일상적인 일이 예외적인 일로 다루어지고, 부하 직원까지 가세하는 상황을 보면서 지역 언론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최근 열악한 경영 환경을 이용해 자치단체의 지역 언론에 대한 간섭과 통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견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자치단체가 지역 언론의 최대 고객이 되는 기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언론의 비판성은 더욱 무디게 되었다. 이는 심각한 여론 왜곡과 단체장의 독선·독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언론의 독립성 확보는 민주적이고 건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언론과 권력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언론의 핵심적 기능 중 하나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다. 이러한 언론을 권력은 항상 불편하게 생각한다. 다만 언론과 권력의 불편한 관계를 상호 인정하고 서로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회는 성숙된 사회이고, 권력이 언론을 길들이려 하거나 언론이 권력에 순치되는 사회는 후진적 사회다. 중앙 언론 차원에서는 언론과 권력이 표면적으로는 어느 정도 독립성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역 언론은 불행하게도 후자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민주주의는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회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토론과 논쟁을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좀 더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간다.
대전 시정도 마찬가지다. 대전시 산하기관장 인사와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염 시장 나름대로의 판단과 구상이 있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염 시장과 같은 생각을 갖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비판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소통과 토론과정을 통해 결정의 오류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공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진지한 노력을 하는 것이 서로의 책무일 것이다.
지연과 학연으로 촘촘히 얽힌 대전과 같은 지역 사회에서 현직 시장을 비판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비판을 받는 시장도 마음이 불편하겠지만 비판을 하는 사람도 많은 고민을 하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언론이 가야할 정도(正道)이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으며 피해가서도 안 된다. 비판 기능을 상실한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사회는 병든 사회이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시장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10년 이상 지속된 지역의 대표 칼럼이 중단되고 해당 기자는 신문사를 떠나야 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면 달을 보면 된다. 손가락이 못생겼다거나 짧다고 시비하라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대전 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적된 내용의 타당성에 대해 합리적 토론과 논쟁을 하면 된다. 왜 저 사람이 저런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지 추론할 필요는 없다. 전임 시장과 학연으로 얽힌 관계이기 때문에 현직 시장을 공격한다는 추론은 저급하다.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나만 비판하고 있다는 투덜거림도 유치하다. 그렇게 상상하는 것은 본인들이 그와 같이 세상을 살아왔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언론은 언론의 길을 가는 것이고, 권력은 권력의 길을 가는 것이다. 서로 존중하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 평가는 역사와 국민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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