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안 대통령령이 지난해 말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수사권 독립을 쟁취하지 못한 경찰은 검찰의 내사 지휘를 거부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대전 대덕서를 비롯해 대구 수성서·성서서, 인천 중부서·부평서, 전주 덕진서 등 모두 6개 경찰서에서 검찰의 진정 및 탄원사건 등 내사 사건에 대한 이첩접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덕서는 지난 3일 대전지검에서 보낸 송치서류 가운데 내사 지휘 진정 사건을 두고 본청과의 논의 끝에 검찰로 되돌려보냈다. 이 진정사건은 동구에서 불거진 일부 주민의 횡령의혹과 관련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서로서는 '재지휘요구 활성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는 본청의 입장을 수렴, 검찰의 내사 지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진정사건으로 인한 검찰의 내사 지휘 접수에 대해 경찰의 거부 사태가 확산하면서 결국 검찰로 진정서 접수가 집중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인권 관련 사건으로 접수된 건수는 검찰이 1만9895건, 경찰이 10만4919건으로 집계되는 등 경찰로 접수된 진정사건이 5배가량 많다. 그러나 경찰이 내사 지휘 진정 사건을 검찰로 되돌려보낼 뿐만 아니라 국민 역시 경찰로 접수하던 진정사건을 검찰로 직접 접수하게 되면 검찰의 업무 폭주현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진정사건 폭주로 인해 효율적인 수사 진행에 애를 먹는다면 고스란히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한 시민은 “경찰 역시 검찰의 지휘를 받는 진정사건을 수사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직접 책임지고 수사해줘야 한다”면서 “사소한 사건이라도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급박한 상황인데 업무 폭주로 수사가 늦춰지면 그만큼 국민들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한 간부직원은 “이렇게 되면 검찰에 진정사건 접수가 몰리면서 과다한 업무에 소화불량이 걸릴 수도 있다”며 “균형과 견제라는 기본적인 정신이 이번 수사권 조정안에 반영되지 않은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지검 한 관계자는 “대덕서에 전달한 진정사건에 대해서는 그동안 반려됐던 사건이어서 수사에 살펴봐달라는 측면에서 보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전국적으로 검경간 갈등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조만간 통일적인 방침이 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경찰청은 5일 오전 10시 대전지역 수사 형사 360여명을 대상으로 수사권 관련 내부지침을 교육하며 검찰의 내사 지휘에 본격적으로 맞설 태세로 돌입한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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