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그동안도 틈만 나면 물가안정을 공언했다. 물가관계장관회의만 스무 차례나 열었건만 상승률은 4%대였다. 체감 물가는 훨씬 높다. 대전의 물가상승률은 4.5%로 전국 시·도 최고치다. MB 집권 이전 5년 간 물가상승률은 2.2~3.6%였다. 2008년 대비 돼지고기는 42.5%, 사과는 48.5% 올랐다. 배추 66.7%, 무 49.2%처럼 떨어진 품목도 있다. 무값이 4000원으로 뛰자 무를 안 먹는다는 기획재정부 차관의 말을 들은 게 얼마 전이다.
특히 환율, 금리 등 거시정책 수단을 빼놓으면 팔 비틀기 물가정책이 된다. 시장 원리, 수급 안정을 묵살하고 각 부처의 '힘'으로 쥐어짜면 버티기 작전이나 제품 양을 줄이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승리를 예상한 팀이 지는 펠레의 저주처럼 엉뚱한 결과가 되기도 한다. 펠레가 월드컵송을 부른 아나스타샤의 가슴을 훔쳐봤더니 그녀가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는 농담까지 나왔다. 물가정책에도 아무튼 전문가의 저주가 있을 수 있겠다.
미래 예측에 아예 기대지 말라는 것이 랜덤 워크 이론이다. 물가에는 이게 적용될 때가 많다. “지구상에 20달러짜리 배추가 어디 있느냐”는 대통령. 실은 국민이 반문할 말이다. 조기 사무관, 배추 사무관이 있던 전두환 정권 당시 물가상승률은 평균 3.5%였다. 그렇다고 라면값을 100원으로 묶던 제5공화국에 향수를 가져선 안 된다. 어르고 달래고 비틀었음에도 MB 임기 내내 고물가 행진이 꺾이지 않고 있다. '두부 이사관', '생리대 서기관' 하고 담당자를 지정하는 물가실명제가 아마추어리즘으로 흐르면 안 된다.
당연히 정부든 지자체든 물가관리에 매달려야 할 것이지만 지금은 조선시대도 군사독재시대도 아니다. 담당 공무원을 닦달하기보다 거시경제정책을 통한 물가관리에 힘써야 한다. 오늘(5일)로 예정된 비상경제대책회의 긴급 안건에 물가책임실명제를 올릴 모양이다. 현실을 모른다는 말은 안 듣게 민생 현장에 뿌리 못 내리는 물가대책부터 반성하는 게 순서일 듯싶다. 믿었던 상식이 늘 배신을 때리는 이유에 대해 말이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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