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인 서울도봉署 수사과장
|
황정인 수사과장은 지난 2일 경찰 내부망에 '경찰청장의 퇴진은 잘못에 대한 응분의 책임'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며 조현오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대통령령이 개정없이 그대로 시행돼 그 책임을 조 청장이 지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소신있게 입장을 밝힌 황 수사과장의 행동은 과거 과장 시절 수사권 독립과 관련, 검·경 갈등의 불씨를 키운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의 행보와 겹쳐지면서 경찰 안팎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황운하 수사기획관은 1999년 서울 성동서 형사과장 시절 검찰에 파견된 소속 경찰관에게 복귀명령을 내려 수사권 독립에 대한 경찰의 목소리를 대변했다는 평가와 함께 일선경찰의 지지를 받았다. 황 수사기획관은 앞서 2007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사건 수사 축소 의혹과 관련,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2006년 대전 서부경찰서장 재직시절에도 수사권 독립에 지휘부가 미온적이라는 내용의 글을 내부통신망에 올려 좌천되기도 했다.
이런 황 수사기획관의 배경 아래 황정인 수사과장의 경찰청장 퇴진 요구는 경찰의 오랜 염원이었던 '수사권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새로운 불씨로 재조명되고 있다. 황정인 수사과장은 황 수사기획관이 2008년 대전 중부서장을 역임할 당시 같은 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사건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인연을 맺었던 만큼 상호 닮은꼴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황 과장은 지난해 6월에도 '죽림누필'이라는 필명으로 대학생의 반값등록금 관련 집회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글을 게재하는 등 경찰의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하기로도 정평이 나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옳고 그른 기준으로 따져서는 안 될 일”이라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지켜내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한 반발로 보는 게 아니라 필요한 쓴소리라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