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섭]'하인리히의 법칙'을 생각하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구섭]'하인리히의 법칙'을 생각하며

[수요광장]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승인 2012-01-03 14:30
  • 신문게재 2012-01-04 21면
  •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임진년(壬辰年) 새해가 밝았다. 10천간(天干)중에서 물과 흑색을 상징하는 임(壬)자와 12지지(地支)에서 용을 의미하는 진(辰)자가 만나는 2012년은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흑룡의 해다.

용기와 희망의 상징인 용이 물을 만난 형국이라 매우 길한 해로 여겨졌고 또한 모든 색의 통합인 흑색과 합쳐진 흑룡의 해에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나타난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임진년에 역사적으로 가슴 아픈 큰 사건들이 많았다. 1592년에는 임진왜란이 있었고, 1952년에는 한국전쟁이 치열했던 해이기도 했다. 수많은 징조가 있었음에도 미리 대비하지 못했던 탓에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치욕스러운 변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미국의 보험회사 관리자였던 하인리히는 다양한 사고를 정밀하게 분석해 1931년 산업재해예방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1대 29대 300 법칙'이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한 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미 그 전에 유사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그 주변에서는 300번의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다는 것이다. 결정적 사고나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나타나는 사소한 징후들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확장되어 재해석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10년간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하면 1회의 사망사고가 일어날 때 35~40회 정도의 중경상 사고가 발생했으며 수백 건의 위험한 교통법규 위반사례가 적발되었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등과 같은 대형 참사의 공통점은 수없이 많은 사전 경고가 철저히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부실시공과 허술한 관리에 이어 내부직원의 신고와 전문가의 위험 경고마저 연쇄적으로 철저히 무시당하거나 간과되었던 것이 조사 결과 나타났다.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중간에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지 못했던 것은 한번 무시한 경고나 사고를 계속 무시하는 타성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수조원대의 불법 대출을 저지른 부실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퇴출되어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아직도 진행형이라는데 그 심각성은 더하다.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뒷전인 채 저축은행들의 무분별한 부동산개발 대출 증가율은 2005년도에 최고조에 달했으며, 2008년도부터 시작된 부동산경기의 급격한 하락은 대출 연체율 급등으로 나타났고, 여기에 대주주 위법 문제와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등 도덕적 해이까지 이어져 대규모 부실사태가 발생했다. 이처럼 2005년과 2008년에 뚜렷이 나타난 위험 지표는 물론 중간에 나타났던 많은 징후들을 무시하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가 대규모 저축은행의 부실사태를 야기한 것이다.

필자는 작년에 특정 부위의 암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 건강검진 때에 조기 발견해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7년 동안 필자는 한 병원에서 계속 건강검진을 통해 각종 건강지표에 대해 상담을 정기적으로 받아왔다. 이미 좋지 않은 징조가 몇 년 전부터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를 간과해 결국은 암을 예방하지 못한 우를 범한 것이다. 다행히 이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상 징조를 놓치지 않고 암 검진을 시행한 담당의사 덕분에 치명적인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사소한 실수는 항상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때다. 그럴 경우 더 이상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조직의 운명을 좌우할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소한 실수라도 드러낼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또한 이런 실수나 징후들을 파악해 즉각 대비할 수 있는 위험 관리자가 필요하다. 자기실수를 보고한 직원을 추궁하지 않고, 사소한 이상 징후라도 보고한 직원의 말을 경청하는 관리자가 조직을 구하는 구세주가 될 것이다.

임진년인 올해는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가 동시에 있는 해다. 흑룡의 해에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나타난다고 한다. 민심과 사회 전반에 나타난 사소한 징후도 놓치지 않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정직한 선량들과 진정한 영웅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