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가 대전시 중구 은행동 한밭복싱체육관을 국유재산이라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무단점유사용료 1억1133만원을 변상할 것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은행동 도심 빌딩숲 사이에 콕 박혀 있는 한밭복싱체육관은 옛 영화에서나 볼만한 판잣집이다.
면적도 94㎡(약 28평)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낡고 작은 판잣집에서 세계주니어페더급챔피언 염동균 선수와 세계주니어선수권 금메달 김수원 선수, 동양페더급챔피언 오영세 선수 등 70~80년대 국내 복싱계를 주름잡던 유명 선수들이 피나는 연습을 했고 제50회 전국체육대회 단일팀으로 출전해 거둔 종합 1위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복싱계의 신화다.
이런 곳이 충남대에 억대 변상금을 못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1961년 1대 박찬규 관장에 이어 1965년부터 한밭복싱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수남 관장은 “지난 50년간 소년원 아이들은 물론 소매치기, 구두닦이, 껌팔이 등 방황하는 아이들의 울분을 복싱으로 달래주며 체육관을 이끌어왔다”며 “이 아이들에게 운동비는 고사하고 밥까지 먹여줘 가며 운동을 시켜왔는데 그동안 아무 통보가 없다가 갑자기 1억원이 넘는 변상금을 내라니 날벼락”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밭복싱체육관이 1억원대의 무단점유사용료로 인해 문닫을 위기에 처했다. |
이마저도 전기·전화·수도 등 공과금을 내고나면 점심값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이 관장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은 텔레비전에서나 보는 엄청난 액수다.
식당일을 하며 이 관장 대신 가장 노릇을 하고 선수들 식사와 경기 출전비까지 지원해주던 부인마저 1억여원의 변상금 통지를 보고 몸져누워 이 관장의 시름은 더욱 깊다.
“다른 일을 했으면 이렇게 힘들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 관장은 “50년간 복싱을 가르치며 선수도 많이 배출하고 청소년 교화에도 앞장섰다고 자부했는데 갑자기 억대 채무자로 전락하다니 막막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1억여원의 변상금을 청구한 충남대 관계자는 “한밭복싱체육관이 충남대가 관리하고 있는 국유재산을 무단점유 사용해 국유재산법에 따라 월평균 185만원씩 5년간 1억1100여만원의 변상금을 징수한 것”이라며 “개인적인 사정은 안타깝지만 구제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임연희 기자·동영상=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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