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두선 사회부 법조팀장 |
이런 노벨의 철학은 독일의 천재 군인으로 불리는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을 통해 주장한 '정복욕, 전쟁의 불가피성'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전쟁은 전력 증강을 통해 억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상대가 5의 전투력을 가지면, 나는 6을, 상대가 다시 7을 가지면, 나는 8이나 9로 또 증강시켜야 한다.
이런 전력 증강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면서 거대한 건물을 가루로 만드는 진공폭탄, 몸에 박힌 파편이 인간을 산 채로 크림 치약 튜브처럼 만드는 파편폭탄, 피부에 인(燐)이 파고들어간 뒤 몇 시간 동안 계속 타올라 살아 있는 인간을 태우는 인(燐)폭탄 등 잔인한 무기가 개발됐다. 그리고 급기야 노벨이 죽은 뒤 그가 말했던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그 무언가는 인간을 한 순간에 절멸시킬 수 있는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으로 현실화됐다.
이런 위험한 시대에도 우리는 '핵폭탄과 수소폭탄을 통한 전쟁 억지력'을 믿고, 편안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훨씬 오래 전 이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런 위험성을 경고하며 노벨과 상반된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발명이라도 그것이 양식 없는 인간의 손에 넘어갔을 때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면, 발명자는 그것을 무덤까지 영원히 비밀로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다 빈치는 실제로 여러 가지 발명품을 파괴하기도 했다.
무기를 가진 자가 어떤 양식을 가졌는가에 따라 전쟁의 불가피성을 신봉하느냐, 회피하느냐가 좌우되는 것이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창출되지만, 막상 권력을 가진 자가 어떤 생각을, 어떤 성향을 가졌는가에 따라 그 권력은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다.
부디 올해 선거에선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봉사로 생각하는 정치인이 선출되길 기대한다.
최두선·사회부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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