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놓고 다투는 오룡쟁주의 기세인 천안이 임진년을 맞아 비룡승운을 기원하고 있다. 사진은 천안시 삼용동 삼거리공원에 오룡쟁주를 형상화한 조각상. |
임진(壬辰)년 용의 해를 맞아 유독히 '용(龍)'자 지명이 많은 천안시가 새해화두로 '비룡승운(飛龍乘雲·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름)'을 선정해 용과 함께 승천하는 기상을 시민들이 기원하고 있다.
1일 천안시 역사문화연구실에 따르면 천안지역 지명에 용이 들어간 곳은 동(洞)지명 13개, 읍·면·리 지역 37개 등 모두 50곳에 달한다.
이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조사한 전국의 '용'자관련 지명 1261개의 4.0%에 해당하는 것이며, 충남지역 111곳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천안의 지명에 용이 본격 등장한 것은 고려 태조 왕건이 이 지역을 용 5마리가 여의주를 다투는 오룡쟁주의 형세로 천하명당으로 극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부터라고 향토사학자들은 전했다.
왕건은 후삼국 통일을 이뤄내기 위해 동(東)도솔에 서기 930년 천안부를 만들고 천하를 안정되게 다스린다는 뜻에서 천안이라 이름지었다.
이후 '용'자 지명은 행정구역 통폐합을 거치며 계속 늘어났다.
천안이 3곳의 현으로 나뉘었던 시기 편찬된 행정지리지 영성지(1852년·천안), 직산현지(1899·직산), 대록지(1779년·목천)에 기록된 '용'자 지명은 20곳였다.
하지만, 1913년 조선지지(朝鮮地誌)에서 24개로 늘었고, 최근까지 지명 통폐합 과정에서 50개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오룡쟁주는 동쪽의 청룡(수조산), 서쪽 맥룡(월봉산), 남쪽 적룡(일봉산), 북쪽 흑룡(입암산), 중앙에 황룡(시 중심)이 여의주(남산)를 다투는 형국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주변 지명에는 용이 많이 들어갔고 동지역에서 28마리, 읍면지역에서 49마리 등 77마리가 승천을 위한 둥지를 마련했다.
동지역에는 오룡(五龍), 구룡(九龍), 삼룡(三龍), 쌍용(雙龍), 청룡(淸龍), 용곡(龍谷), 신용(新龍) 등이 있다.
행정지명 이외에 지역통칭인 용암(岩), 용소(沼), 용곡(谷)천, 용제(祭) 등이 있다.
읍면지역은 성환읍 어(魚)룡리 등 3곳, 직산읍은 용안치(鞍峙) 등 4곳, 입장면은 용정(井)리 등 2곳, 풍세면도 용두(頭)리 등 5곳, 광덕면은 용성골 등 2곳, 목천읍은 와(臥)룡리 등 7곳, 북면은 용어(魚)물 등 무려 10곳, 성남면은 용수봉(水峯) 등 3곳이, 병천면은 용마(馬)지 5곳, 동면에 구(九)룡리 1곳이 각각 있다.
김성열 천안역사문화연구소장은“농경사회 물과 비(雨)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용은 이를 관장하는 수신(水神)”이라며 “왕건이 오룡쟁주의 천안에서 후삼국 통일을 이룬 것처럼 남북통일이 천안에서 발현되기를 흑룡의 해를 맞아 기원한다”고 말했다.
천안=맹창호 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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