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마을은 폐자원과 바이오매스를 마을 단위로 이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에너지 자립형 마을이다. 바이오매스는 목재와 짚 등 농업부산물을 말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에 600개 녹색마을을 조성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충남발전연구원 이인희 연구원은 “주민들의 참여가 저조하고 녹색마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정책 추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정부 주도이지만 주민이 중심이어야 하는 대표적 분산 시스템”이라고 언급하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지역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을 유형별로 주관부서가 달라 사업간 연계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사업기간이 2년으로 너무 짧아 과연 에너지 자립 마을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의 지적은 타당하다. 도농복합형인 공주시 계룡면 월암마을에서 올 초 주민 반대로 사업추진이 무산된 걸 봐도 그렇다. 이 지역의 에너지 자원을 우선 활용한다는 원칙이 무시됐고, 주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범 마을은 이웃한 계룡면 금대리로 변경됐지만 지난 9월 금대리 이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던 정부와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주민 사이에서 마음고생이 컸던 것 같다. 바이오가스 플랜트 원료인 가축분뇨나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인한 악취 발생 우려가 주민들이 추진을 반대하는 이유다.
저탄소 녹색마을 조성사업은 국가 시범사업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역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성과 올리기에 급급해 무리하게 추진하려 들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해당 지역 주민의 생각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일궈온 주민들의 경험과 정서, 견해가 반영되지 않으면 예산낭비는 물론 반대 목소리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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