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 총장은 “이사장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다양한 방법으로 사임할 것을 요구했다”며 “2주일 전에는 교과부 담당국장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 나에게는 12월 정기이사회에서 사임의사를 밝혀달라고 직접 말했다”고 그동안 사퇴 압력을 받아온 내용을 담아 이사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서 총장은 이어 이사장 사퇴 요청에 2주 동안 고민한 결과, “사임을 강요받을 만한 명확한 사유 없이 내 의사와 관계없는 사임을 한다면, KAIST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며 “오명 이사장의 자진 사퇴요구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KAIST는 “오명 이사장은 총장의 거취 문제를 이사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시점”이라고 이사회가 서 총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피력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냈다.
앞서 지난 10월 26일 임시이사회 개최 직후에도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총장의 지속적인 개혁추진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며 “앞으로 총장이 소신을 갖고 학교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서 총장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결국 오 이사장이 지난해 9월 취임이후 서 총장 사임을 다양한 방법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서 총장의 메일과는 상반되는 내용인 셈이다.
A 이사는 “지난 20일 정기 이사회에서 서 총장은 오명 이사장에게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 한때 엄한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전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서 총장 연임 성공이후 임명된 오명 이사장이 취임이후 서 총장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이사회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서 총장에게 우호적인 이사 3명이 다음달 13일자로 임기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총장 비서실 관계자는 “서 총장이 이사들에게 보낸 메일의 내용대로 오 이사장이 취임이후 서 총장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날 오지 못한 이사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기록해야겠다는 의미에서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학생 4명과 교수 1명의 잇따른 자살 사태를 겪은 KAIST의 공식기구인 대학평의회가 지난 22일 서남표 총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상태다.
배문숙 기자 moon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