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는 '웃음마술봉사단' 단원들과 함께 사비를 털어 보육시설 아이들에게 줄 간식도 마련하고 공연 준비도 한다고 말하는 최명신 집배원. 사진은 지폐마술을 선보이는 최명신 집배원. |
주말도 아랑곳없이 근무하고 있는 최씨를 만났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작은 재주들을 모아 봉사를 해보고 싶었던 최씨는 5년 전에 웃음치료사 과정을 수료하면서 같이 강의를 듣던 동기들과 봉사모임을 만들기로 했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스피치 강의도 들었다. 하지만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큰 웃음을 줄 수 있는 일이 뭘까,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를 고민하다 우체국 직원들을 위한 친목행사에 초빙된 마술사의 마술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다고 한다.
“바로 이거다 싶었지요. 그 후 마술학원에서 2년 가까이 마술을 배웠고 저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첨가하기도 해서 지금은 30여 가지 마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최씨는 웃음치료강의 동기 3명과 미술학원 동기 1명까지 더해 '웃음마술봉사단'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노인요양원과 장애인시설을 비롯해서 충남·북의 거의 모든 보육원에 웃음마술봉사를 다녔다는 최씨. 무대에 오르면 봉사단원들 모두가 하나씩 역할을 맡아 레크리에이션과 미니강의, 마술공연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자랑한다.
한달에 한번 꼴로 보육원 등지로 웃음마술봉사를 다니는 최씨는 봉사활동을 갈 곳과 날짜가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이중생활'에 돌입한다. 낮에는 집배오토바이에 우편물을 가득 싣고 배달을 하고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새벽 1~2시까지 마술 연습을 하기 때문이다. 공짜 공연이라고 마술이 어설퍼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피곤함도 잊고 피나는 연습을 한다는데, 그만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마술 연습에 매진한다고.
봉사단체들이 자주 가지 않는 외곽 오지의 보육시설을 주로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최씨는 자신의 마술을 본 아이들이 마음껏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봉사활동을 다니던 최씨의 선행이 3년 전 우연히 알려져 2009년 우정사업본부의 '고객감동 집배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봉사공연의 취지를 오해하는 분들이 계실 땐 서운하기도 하지만 제 작은 재주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연극공연도 하려고 대본작업을 하는 중인데, 연극이라는 레퍼토리 하나를 더 늘려서 감동을 배로 주자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우편배달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마술연습에 이어 이제는 연극연습도 해야할 것 같다며 웃는 마술사집배원 최명신씨의 모습에서 또 하나의 희망이 보이는 듯 하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마술사집배원’ 최명신씨는?
군 제대 후 집배원 일을 시작해 올해로 20년째 우편배달을 하고 있는 베테랑 집배원이다.
2007년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딴 이후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스피치 강의도 들었고 마술도 배워 웃음치료 강의 동기들과 ‘웃음마술봉사단’이라는 봉사모임을 꾸려 각종 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다니며 웃음의 전령사로 활약했다.
2009년 우연한 기회에 선행이 알려지면서 우정사업본부의 ‘올해의 고객감동집배원’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체신봉사상, 충청청으뜸상 등의 상을 수상했고, 올 11월에는 청와대 우수집배원 오찬에 초대돼 마술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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