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대전 골목길' 추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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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대전 골목길' 추억을 찾아서…

CBS 정세영 기자 취재현장 책으로 “따뜻한 만남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

  • 승인 2011-12-27 14:29
  • 신문게재 2011-12-28 12면
  • 박은희 기자박은희 기자
▲ 정세영 저
▲ 정세영 저
“동구 대동의 좁다란 골목길에서 만난 할머니는 20여 분 내내 아들, 손자 얘기만 하셨다. 아들 딸이 잘살고 있는 게 이 집터가 좋아 그런 것 같다며 죽을 때까지 대동에서 꼼짝않겠다 하신다. 손주들은 자주 보시냐 여쭤보니 '모두들 바빠서…'라며 말꼬리를 흐리신다. 인터뷰 말미에 매실주를 마시고 가라며 손을 잡아끌었다. 다음에 와서 먹겠노라 정중히 사양했더니 팔순을 훌쩍 넘긴 노파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아마도 아들 딸이 생각나신 모양이다.” <본문 中>

대전CBS 정세영(39) 기자는 지난해 봄과 여름을 대전의 골목길에서 보냈다. 대전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골목길 현장을 뉴스로 기록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 대전CBS 정세영 기자
▲ 대전CBS 정세영 기자


대전CBS 기획취재보도 '대전 골목길 사람들'은 지난 4월 사전답사를 시작으로 8월 중순 마지막 방송이 나갈 때까지 총 5개월 동안 대전의 사라져가는 골목길과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한올 한올 엮어냈다.

총 12편에 걸쳐 제작된 '대전 골목길 사람들'이 『흔적, 추억으로 묻혀버린…』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졌다. 정 기자는 우리 골목길을, 대동에서 만난 할머니를 더 오래도록 기억하고,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이 책에는 민중의 고단한 삶이 담긴 '대전역 뒷길', 한때 나훈아ㆍ김지미씨가 살았다는 소문이 있는 추억의 보문산 앞자락 길, 개발에 밀린 대흥동 골목길에 대한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루에 1억원씩 벌어 좋다”하셨던 중앙시장 골목길에서 만난 열쇠가게 정할아버지, 두툼한 손마디 마디마다 고단했던 지난 세월이 두덕두덕 얹혀져 있던 순대 좌판 이 할머니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정세영 기자는 여는 글에서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면 늘 미안했다. '꺼리'가 되는 것만 찾아 나선 이방인에게 사람 사는 정을 알려줬다. 사는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고 밥이라도 먹고 가라며 눈물 글썽이던 할머니. 부끄러웠다.(중략) 대전 골목길 이야기는 책 속에 담긴 것 이상이다”라고 밝혔다. 정 기자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빚진 마음이었다고 했다.

또 “이 책은 엄청나게 대단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아니라, 그저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람들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일 뿐”이라며 “다만, 사라질지도 모를 우리의 골목길과 그 안의 골목길 사람들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고 전했다.

한편, 정세영 기자는 1997년 CBS에 입사해 현재 대전시를 출입하고 있으며 제7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타이어 공장 노동자 권리찾기), 제35회 한국방송대상(그들도 우리 이웃…철거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3회) 등을 수상했다.

이화/지은이 정세영/145쪽/1만5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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