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 후 상담을 원하는 이들이 많은데, 여건이 되지 않아 이혼 위기의 부부들에게 더 많은 상담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것도, 협소한 상담 공간도 아쉽다고 말하는 이창복씨. 내년에는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기를 바라고 있다. |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 가운데 하나로 높아지는 이혼율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혼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이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있다.
대전지법 가정지원 협의이혼 상담위원인 이창복씨. 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조언을 한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지만 그만큼 보람 있다고 말한다. “이혼을 생각하고 법원까지 오신 분들의 마음이야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겠어요. 감정이 격해진 분들이 많은데, 이럴 땐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거든요. 갈등의 근본 원인이나 해결방안을 비롯해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도록 하는 게 저 같은 상담위원이 제일 먼저 할 일이죠.”
10여 년 전부터 가톨릭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상담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는 이씨. 수많은 가정의 사례들을 접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픔을 겪고 있는 가정의 아내나 남편, 자녀들을 위하는 길인지 수없이 많은 생각과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이때의 상담 경험을 토대로 2005년부터 대전지법 가정지원 협의이혼 상담위원으로 활동하게 됐는데, 사실 이씨의 상담 경력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일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당시에는 주로 미혼모 상담을 했는데, 그 때 상담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결정적으로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아기 아버지 쪽 부모들의 반대로 아기를 입양 보내야 했는데, 아기 엄마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줘야 할 지 모르겠더라구요. 아기 엄마가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진학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는데, 1년 후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고,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았지요.”
그 이후,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담에 임했다는 이씨. 그런데, 그의 상담인생에는 잠시 공백기도 있었다.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가 한 유명 구두업체의 디자인 공모에 응모했다가 당선된 것이었다.
디자인 공부를 위해 홀트아동복지회를 그만 두고 대학에 들어가 디자인공부도 했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공모에 입선하는 등 좋은 성적을 받기도 했다. 나이 어린 동기들과 공부하면서도 타고난 열정으로 결코 뒤처지지 않았던 이씨,
하지만 졸업작품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결심해야 했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병마와 싸우게 됐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졸업작품을 마쳤다는 이씨.
그렇게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었던 디자인 공부도 하고, 병마와도 싸우며 인생의 한 모퉁이를 돌아온 이씨는 다시금 상담사의 자리로 돌아왔다.
“숙려제도 도입으로 상담위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지요. 저희 상담위원들은 그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고 사례에 따라 맞는 약을 처방한다는 마음으로 상담하고 있는데, 상담시간이나 장소의 한계로 더 많이, 집중적으로 상담할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협의이혼 상담위원으로 일하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더 많이 깨닫게 됐다는 이씨, 앞으로도 진심어린 조언자 역할을 잘 해나갈 것이라고 굳게 다짐한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 대전지법 가정지원 협의이혼 상담사 이창복씨는?
홀트아동복지회 미혼모 상담직원으로 상담일을 시작했으며 2001년부터 가톨릭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상담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 현재까지도 계속해오고 있다.
2005년 대전지법 가정지원 협의이혼 상담위원으로 위촉, 이혼 위기의 부부들을 위해 교정프로그램, 양육자 교육 프로그램 등을 안내하고 있으며 혜천대학 보건복지과 강사로도 활약하며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정문제의 사회문제화를 막는 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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