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구단 선정에 주목하는 이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의 핵심 연구기관이 기초과학연구원이다. 이제 그 산하 연구단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세정 초대 기초과학연구원장이 26일 과학벨트 연구단을 내년 중 공모를 거쳐 선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연구단 선정은 과학 외적 혹은 정치적 논쟁만 무성한 과학벨트의 향방을 가늠해볼 시금석과도 같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선정의 객관성, 공정성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는 듯 보인다. 외국인 심사위원장에 평가위원의 절반을 외국인으로 구성한다는 방침도 그렇다. 하나 더 잊지 말 것은 대전의 탄탄한 연구기반이다. 대덕을 연구개발 모델로 성공시킨 지역적 장점이 완벽하게 발휘되도록 연구단을 구성해야 함은 물론이다.

거점지구 선정 자체가 대전의 탁월한 연구기반 구축과 집적도를 평가받은 결과다. 특히 연구단 선정 과정부터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이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 프랑스의 국립과학연구원 등 역할모델에서 확인된 사안이기도 하다.

순수 기초과학 부문의 허약한 체질을 극복하는 연구 환경은 통제와 간섭이 아닌 자율적 방식이다. 10년 간 연구가 보장돼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창의성 있는 연구에 전념하도록 하겠다는 오 원장의 설명도 같은 의미라고 본다. 자율성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예산이다. 기초과학 투자에 인색해서는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선진국 유명 연구소들의 사례도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우리가 내년 사업 예산 삭감을 우려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수월성을 생각하면 연구단장부터 선정을 잘하고 우수한 과학자를 영입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연구단을 대구·경북, 광주 등에 분산함에 있어 유의할 점이 있다. 이른바 삼각벨트라는 '분산'의 가치만 우선시해 기초과학 연구의 산만함을 초래하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거점지구가 있는 대전, 기능지구가 있는 충청권에서 또 한 번 과학의, 기초과학의 꽃을 피워야 한다. 과거 대덕연구단지에 이은 과학 중흥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인식을 가져야겠다. 연구 입지 못지않게 기초과학 및 순수 기초연구 의지도 중요하다. 연구단 선정을 정치적 거품을 걷어내는 전환점으로 삼았으면 한다. 차기 정권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