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표준이 시장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까지 대두되었다. 즉, 기술혁신에도 불구하고 국제표준을 선점하지 못하게 되면 시장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사장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비자의식의 제고로 안전, 환경보호, 보건에 대한 사회적 욕구도 증대되었다. 이에 전통의학 선도국 이라 하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전통의학 분야에서의 표준 선점의 중요성을 알고 표준선점을 위한 지속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 이에 우리의 전통의학도 그 표준전쟁에 뛰어 들었다.
한의약 분야의 표준화는 2009년 일회용 멸균 호침을 국가 표준(KS)으로 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중국이 1994년, 일본은 2005년에 국가표준을 제정한 것에 비하면 다소 뒤처져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중국은 중의학을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국가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대체의학 수준에서 제대로 된 정규 교과과정의 틀조차 없는 일본보다 그 출발이 더딘 것은 다소 의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관련분야 산업의 규모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침, 뜸 제조사인 세린(SEIRIN)은 한국, 중국의 제품보다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품질면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중의학을 국가 중점 육성 후보 과제로 포함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성과가 이미 학문과 산업분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중국은 대표적인 국제표준화기구인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tandardization) 내에 '가칭' 중의학 기술위원회(TC 249 Traditional Chinese Medicine(provisional))를 설치했으며 이를 통해 중의학을 전세계 전통의학의 표준으로 세우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ISO TC 249 내에서의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 5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제 2차 TC 249 정기총회에서 총 5개의 WG(Working Group)가 형성되었다. 각 해당 WG의 범위를 살펴보면, 원료 한약재(WG1), 한약재 가공 관련(WG2), 침(WG3), 침 이외의 한의약 의료기기(WG4), 용어(WG5) 등인데, 각 분야에 걸쳐 중국은 주요 안건에 대한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WG1에서는 인삼 종자와 묘목에 대해, WG3에서는 일회용 침, WG4에서는 약탕기, WG5에서는 중의약 용어 및 중의학 용어에 대한 코딩( cording) 등을 안건으로 제안해 각 WG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 중, WG3에서 진행중인 일회용 침에 대해서는 기술 우위에 있는 우리나라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되었으며, WG1의 인삼 종자 및 묘목에서도 원산지 표시 내용을 삽입하는 등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한의약 기술 분야가 국제 전통의학 표준을 선점하거나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응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이 제2차 정기총회 이후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서 표준 경험이 많은 우리나라의 전략에 다소 고전하고 있지만 이는 지속적인 내부 투자 없이는 언발에 오줌을 누는 겪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술표준원에서 친서민 생활표준 마련을 위해 한방용 뜸 표준화와 한의약 분야 전반의 표준 개발을 위해 '한의약 의료기술 및 의료기기 표준화 기반구축'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유일의 한의약 정부출연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에 '한의표준기술센터'가 내년 5월부터 문을 열 계획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들은 아직 초기단계에 지나지 않으며 한의약 분야 표준 개발 및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한의계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임기응변식 단발성 대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투자 계획과 이에 대한 국가적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고유의 지적재산권인 한의약 분야를 지키고 발전시켜 국가의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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