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담배피우는 중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더 심각한 것은 또래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탈적 행동이 '문제아'로 불리는 일부 학생에 국한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엔 '평범한 다수'로 확산되고 있다는 현실이 더욱 큰 문제다. 때문에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는 집단 폭행이나 따돌림과 같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엔 따돌림으로 인한 자살행위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또 다른 경우를 보자. 수도권의 한 중학교 3학년인 P군은 올 초 반 친구들에게 집단 구타 대상자가 되었다. 그 이유는 1학기 중간고사 수학시험에서 P군이 소속된 반이 학교전체에서 꼴등을 해 담임교사로부터 단체기합을 받았는데 학급회장은 '주범을 찾는다'면서 학생들의 수학성적을 일일이 조사하고 다녔고, 그 결과 P군의 수학성적이 꼴찌란 게 밝혀졌다. 학급회장은 '응징을 한다'면서 P군의 머리를 쥐어박았고, 이내 학급 모든 아이들이 학급회장을 따라 행동해 버렸다. 이후 P군은 교사에게 반 전체가 혼나거나 체벌을 받을 때마다 반 친구들의 '타깃'이 됐다. 수위도 점차 정도를 넘어섰다. 학급회장이 '수업분위기가 엉망이다'란 이유로 반을 대표해 기합을 받고 난 뒤, P군에게 “너 때문이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의자와 청소도구 등을 집어 던질 정도가 되었다면서 “반 전체가 그를 괴롭히며 스트레스를 푸는 셈”이라고 말했다.
중학생들이 왜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중학생들은 “고교입시와 대학입시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변명한다. 그러나 요즘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향후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뒤 고교 및 대학입시 준비를 시작하고 있어서,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이런 입시 스트레스가 '현실'로 다가오게 돼 과거 고 3병이라고 일컫던 심리적 억압을 이젠 중학생 단계에서부터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가 엉뚱하게도 집단 폭행이나 따돌림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학생들의 일탈적 행동이 성적(性的)인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출한 여중생이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를 원한다는 글을 올리거나, 10대가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역 원조교제'를 알선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평범한' 중학생들의 성적 일탈도 비율이 점점 높아져서 우리사회의 커다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관련 상임위원 모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 동안 학생 간 성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학생 간 성폭력은 총 259건이 발생했으며, 이 중 절반이 넘는 138건이 집단성폭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가해학생이 중학생인 경우가 48.3%로 고등학생 47.1% 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현장에서도 이런 위험징후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쯤이면 학교가, 사회가, 아니면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하루 속히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적어도 미성년자들로 인한 추악한 도덕적 망국이란 칭호는 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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