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봉]확산되는 미성년자의 흡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유제봉]확산되는 미성년자의 흡연

[시사에세이]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승인 2011-12-26 14:17
  • 신문게재 2011-12-27 20면
  • 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중학생 김모군은 한 달 용돈 몇 만 원 중 3분의 1 가량을 담배를 사는 데 쓴다. 흡연량도 적지 않아서 성인층과 버금가는 거의 매일 하루 반 갑 정도를 피운다. 때와 장소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수업 도중에도 몰래 빠져나와 화장실로 가 1분 이내에 한 개비를 태운다. 흡연 중독성의 신호탄이다. 김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2 때에는 담배를 피우는 반 친구 몇 명과 끽연 모임을 만드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김군은 학교에서 '불량학생'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성적도 반에서 30% 이내를 유지하는 평범한 중위권이어서다. 이런 김군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그것은 당연히 '학업스트레스'였다. 점점 하강 곡선을 긋고있는 부진한 성적때문에 부모와 교사로부터의 질책이 바로 그 원인이었다. 김군이 흡연을 시작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중1 여름방학때다. 학원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던 어느 날이다. 그의 한 친구가 “스트레스를 풀자”며 담배를 건넸다. 김군은 처음 담배를 피워 보았다. 야릇한 감정과 함께 조금은 죄의식이 느껴졌다.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수업을 받느라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어서 이후 힘들 때마다 담배를 피우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담배피우는 중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더 심각한 것은 또래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탈적 행동이 '문제아'로 불리는 일부 학생에 국한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엔 '평범한 다수'로 확산되고 있다는 현실이 더욱 큰 문제다. 때문에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는 집단 폭행이나 따돌림과 같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엔 따돌림으로 인한 자살행위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또 다른 경우를 보자. 수도권의 한 중학교 3학년인 P군은 올 초 반 친구들에게 집단 구타 대상자가 되었다. 그 이유는 1학기 중간고사 수학시험에서 P군이 소속된 반이 학교전체에서 꼴등을 해 담임교사로부터 단체기합을 받았는데 학급회장은 '주범을 찾는다'면서 학생들의 수학성적을 일일이 조사하고 다녔고, 그 결과 P군의 수학성적이 꼴찌란 게 밝혀졌다. 학급회장은 '응징을 한다'면서 P군의 머리를 쥐어박았고, 이내 학급 모든 아이들이 학급회장을 따라 행동해 버렸다. 이후 P군은 교사에게 반 전체가 혼나거나 체벌을 받을 때마다 반 친구들의 '타깃'이 됐다. 수위도 점차 정도를 넘어섰다. 학급회장이 '수업분위기가 엉망이다'란 이유로 반을 대표해 기합을 받고 난 뒤, P군에게 “너 때문이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의자와 청소도구 등을 집어 던질 정도가 되었다면서 “반 전체가 그를 괴롭히며 스트레스를 푸는 셈”이라고 말했다.

중학생들이 왜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중학생들은 “고교입시와 대학입시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변명한다. 그러나 요즘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향후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뒤 고교 및 대학입시 준비를 시작하고 있어서,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이런 입시 스트레스가 '현실'로 다가오게 돼 과거 고 3병이라고 일컫던 심리적 억압을 이젠 중학생 단계에서부터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가 엉뚱하게도 집단 폭행이나 따돌림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학생들의 일탈적 행동이 성적(性的)인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출한 여중생이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를 원한다는 글을 올리거나, 10대가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역 원조교제'를 알선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평범한' 중학생들의 성적 일탈도 비율이 점점 높아져서 우리사회의 커다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관련 상임위원 모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 동안 학생 간 성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학생 간 성폭력은 총 259건이 발생했으며, 이 중 절반이 넘는 138건이 집단성폭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가해학생이 중학생인 경우가 48.3%로 고등학생 47.1% 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현장에서도 이런 위험징후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쯤이면 학교가, 사회가, 아니면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하루 속히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적어도 미성년자들로 인한 추악한 도덕적 망국이란 칭호는 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