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석패율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 정수나 비례대표 의석 수 유지를 전제로 선거구 획정 논의에 들어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당 정치개혁특위에서 세종시 독립선거구 설치를 당론으로 결정했지만, 내년 총선에서는 현재 지역구 수와 비례대표 의석 수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또 한나라당에서는 선거구간 인구편차를 현재 3대1 기준에서 2.5대1 미만으로 축소하면서 오히려 지역구 수를 자연감소시키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당의 이러한 입장을 감안하면 우선 현재의 선거구 분구 및 통폐합의 기준이 되는 인구 상·하한선 부터가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안한 천안 을을 포함한 8개 선거구의 분구와 5개 선거구 합구안은 원점 논의가 불가피해진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마련한 천안시 선거구 분구안도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18대 총선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도 국회 정개특위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상·하한선 인구 기준안을 손질해 분구와 통폐합 대상 선거구를 축소한 바 있어, 이런 논의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더 커보인다.
더욱이 의원정수나 비례대표 의석의 대폭적인 조정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석패율제 도입 논의는 직간접적으로 지역구 획정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8개 지역 분구와 5개 지역 통합 안에다 세종시 선거구 신설까지 더해질 경우 지역구 의석 수가 4개 더 증가해야 하지만, 정개특위 논의가 의원정수와 비례대표 의석 유지를 전제로 이뤄질 경우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시한 안은 무의미해지는 셈이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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