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성탄버스를 운전하며 산타복장을 한 윤석만씨. 'DJ 버스기사'로도 알려진 윤씨는 운행 중 선곡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최신 가요를 비롯해 7080 가요와 트로트,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이 모든 것이 승객을 위한 친절서비스'라고 말한다. |
“학생들 공부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이 곡 들으면서 힘내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동생 아이유가 부릅니다. '너랑 나'.”
버스에 오르는 대학생들을 위해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최신곡을 틀어주고 음악소개까지 멋지게 하는 이는 DJ버스기사로 유명한 윤석만(56·경익운수)씨다. 승객들의 연령에 따라, 운행 시간에 따라 선곡을 달리한다는 윤씨. 운행을 끝내고 공영차고지에 들어와 다음 운행시간을 기다리며 쉬고 있는 그를 만났다.
“한 십년 전쯤 서울의 한 버스업체가 친절교육하는 걸 보면서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고 느꼈지요. 저희 회사에도 친절교육을 제안했고 친절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승객을 가족처럼 친절히 모시겠습니다'는 표어 하나를 버스 안에 걸어뒀을 뿐인데도 민원이 10%이상 줄었지요.”
친절운동을 시작하면서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했다는 윤씨. 버스에 오르며 당황하는 승객, 인사를 받아주는 승객 등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그렇게 다른 기사들도 친절운동에 동참해 승객들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아쉽게도 친절운동은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승객들이 인사를 잘 받아주지 않자 기사들도 차차 인사를 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서로 인사하는 습관이 덜 돼 어색했을 뿐인데 익숙해지기까지의 시간을 견디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윤씨는 어떻게 하면 자신도 승객도 버스 안에서 즐거울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로 1년여 전부터 음악방송을 시작했다.
승객들에 대한 인사뿐 만 아니라 환승 안내도 하고, 승객들의 연령과 시간대를 고려해 음악선곡도 달리하면서 멘트를 섞어 방송하자 승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백미러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선곡 최고라는 학생들의 응원도 받았고, 음악 듣느라 내릴 곳을 지나쳤다는 승객의 웃음 섞인 핀잔을 듣기도 했다.
승객들이 즐거워하자 윤씨 역시 흥에 겨워 즐거운 마음으로 운전할 수 있었고 안전운전에도 도움이 됐다고.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 친절을 서비스한다는 마음으로 늘 넥타이를 매고 운전석에 앉는다고 한다.
그는 “성탄절과 연말을 맞아서 성탄버스도 운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모든 버스가 테마버스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나 사진, 음악처럼 특화된 버스요. 무한경쟁시대인 만큼 승객들에게 선택되는 버스가 되기 위해 저희들도 늘 토의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그의 빨간색 1번 급행버스는 오늘도 희망을 안고 달린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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