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철 충남도의회 교육의원 |
한국교육방송의 다큐 '욕해도 될까요?'는 중·고생 4명이 8시간 동안 400여 개의 욕설을 했다고 공개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 학생들이 특별히 불량하지 않고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들이며 욕을 자주 내뱉을수록 뇌가 공격적으로 변해간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욕설의 일상화, 보편화, 습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른 연구조사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처음으로 부모를 비롯한 주위 어른, 또래들에게 배운 욕설이 고학년 때부터 많은 학생이 본뜻도 모른 채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중학생이 되면 습관처럼 모르는 사이에 욕설을 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 연구조사는 또한 1990년대에는 성적 부진 학생이나 가정교육을 잘 받지 못한 일부 학생이 주로 욕설을 했지만 최근에는 학생의 성적, 부모의 직업, 학력 등과 관련성이 높지 않다고 정리했다. 즉 모범생이든 아니든,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욕설을 하는 학생층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욕설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5%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연구자는 초등학교 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뱉은 욕설을 중학교 때부터는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응답자가 4분의 1을 넘고 욕설이 또래의 동질감의 표현이 되면서 일상화 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욕설이 이처럼 일상화, 보편화된 학교생활의 언어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결과에서 보듯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속도로 보급된 인터넷과 영화, 일부 연예 프로그램 등 대중매체의 욕설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많은 교사들은 열 살 남짓부터 시작되는 끝없는 입시 위주의 고질적인 경쟁교육이 어린 학생들에게 큰 스트레스와 고통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것으로 분석한다. 교사들은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물론 잘 하는 학생들까지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게 오늘의 경쟁교육이라고 입을 모은다.
욕설이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중압감을 해소하는 탈출구인 셈이다. 물론 과거에도 치열한 입시 경쟁교육이 존재했지만, 변형된 0교시, 야간학습 등이 횡행하는 지금의 양상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09년부터 일제고사 성적을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하여 특별교부금을 차등 지급하다보니 교육청과 학교에서 학력 향상 위주의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행복은 성적순이며 경쟁이 곧 교육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주입 당하고 있다.
현재 내신과 수능, 논술 대비만 해도 벅찬데, 입학사정관제에 따른 경력 쌓기를 위하여 이리저리 치달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힘겹게 살아가는 10대들의 욕설 카페가 1000개가 넘고 패륜 카페까지 있다고 한다. 욕설과 패륜, 이 모든 게 우리 스스로 사회와 학교와 가정에서 학생과 자녀의 인성교육을 놓치면서 만들어낸 자업자득이 아닌지 반추해 볼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달 전쯤 교육과학기술부가 욕설이 심한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벌점을 기재하여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고 선도학교를 지정하여 언어순화 캠페인을 벌이며 학생과 교사에게 UCC 공모전을 개최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기막힌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다. 매우 안일한 문제 인식과 빈약한 교육철학과 생활지도에 대한 무지를 송두리째 드러낸 것이다.
욕설에 빠진 학생들의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어린 영혼들에게 욕설을 권하는 사회는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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