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용두동의 한 미용실, 이곳은 거울과 드라이어기, 가위며 빗처럼 미용실이라면 어디나 있는 것들은 물론이고 알록달록 번쩍이는 조명과 노래방기계까지 있는 특별한 미용실이다.
“손님들이 오시면 머리도 만져드리면서 노래도 불러드리고 마술도 보여드리고 있지요. 손님들이 즐거워하시는 모습 보면 저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 미용사 자격증에 댄스스포츠, 사물놀이 강사,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는 미용사이자 가수이자 마술사인 권혁순 원장. 춤과 노래, 마술을 익힌 건 모두 소외된 이웃을 위한 공연의 준비단계였다고 한다. 사진은 꽹과리치며 노래하는 권혁순 원장. |
미용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베테랑 미용사로 다수 국제대회에 출전하기도 했고, 국내 여러 미용대회의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권 원장은 한국연예협회에 소속돼 있는 가수이자 8년 경력의 마술사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일을 하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권 원장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을까?
권 원장은 이 모든 게 2002년 무렵에 시작됐다고 한다.
미용명장 신청을 하기 위해 시청에 간 권 원장은 'KBS 전국노래자랑' 참가자 모집 공고를 봤고, 예선에 참가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늘 노래를 하며 지냈기 때문에 나름 자신을 갖고 있었는데, 결과는 예선 탈락! 실망한 권 원장은 1년을 절치부심, 전국의 노래자랑 무대는 모두 찾아다니며 자신의 실력을 키워갔고, 마침내 이듬해 3월 다시 'KBS 전국노래자랑' 무대에서 입상을 하게 됐다. 이후 연말 결선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면서 한국연예협회에 소속된 정식 가수가 됐다는 권 원장.
“연말대회에서 입상하고 나니까 방송출연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의상도, 무대매너도 남달랐고 미용사라는 것도 특이했기 때문인지 참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방송출연도 많이 했습니다.”
어느덧 유명인사가 된 권 원장, 여기저기서 공연 요청이 쇄도했지만 권 원장은 공연 틈틈이 자신의 재능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썼다.
젊은 시절, 판자촌에서 어렵게 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권 원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의 미용기술을 살려 동네 노인정 미용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가수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봉사를 했다고. 노래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드리기 위해 마술도 배우고 익혀 노래하는 마술사로 유명세를 떨친 권 원장.
그녀는 특히 매니저 일을 해주고 있는 남편과 함께 주변에 살고 있는 거동이 불편한 재가노인들을 보살피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거동이 불편한 재가노인들은 정말 어렵게 살고 계십니다. 그분들 목욕도 시켜드리고 머리도 깎아드리고 청소까지 말끔하게 하고 오면 가슴이 정말 뿌듯하지요. '내 어머니다'라는 생각으로 봉사하고 있는데, 내년엔 공연을 좀 줄이고 어려운 이웃과 즐거운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멀리 갈 것 없이 주변의 이웃들을 도우며 살 거라는 권 원장, 그녀의 밝은 웃음에서 마술보다 더 기적 같은 사랑의 힘이 느껴진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 춤추는 가위손(나희 미용실) 권혁순 원장은?
용두동 판자촌에서 어렵게 살았지만 군 공무원 시절 익힌 미용기술로 생계를 이어가며 동네 노인정 미용봉사를 하며 봉사 인생을 시작했다. 대전 용두동에 미용실을 연 후, 우연한 기회에 KBS전국노래자랑에 참가, 입상하면서
정신 가수로 데뷔했고, 다방면의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마술도 배워 노래하는 마술사, 춤추는 가위손이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KBS, MBC, SBS 등 다수의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보다 체계적인 자원봉사를 위해 2007년 우송공업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춤추는 가위손, 내 사랑 대전 등의 대표곡을 갖고 있는 가수로 다양한 공연활동을 통해 소외된 이웃에게 즐거움을 주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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