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노르망디의 조선인' 그의 이름은 준식

  • 문화
  • 영화/비디오

[마이웨이]'노르망디의 조선인' 그의 이름은 준식

한 조선청년의 파란만장 생존기… 포화 속에서 핀 두 사내의 우정 감독:강제규 출연:장동건, 오다기리 조, 김인권, 판빙빙

  • 승인 2011-12-22 14:53
  • 신문게재 2011-12-23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1938년 경성 마라톤대회에서 두 남자가 맞붙는다. 조선청년 준식과 일본청년 타츠오다. 준식은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지만 부당하게 타츠오에게 1위를 빼앗긴다. 작은 폭동이 일어나고 붙잡힌 조선청년들은 강제로 징집된다.

'마이웨이'는 소문난 대로 대단했다. 한반도에서 프랑스의 노르망디 해변에 이르는 장대한 스케일에 한국 영화사상 최대의 물량을 쏟아 부은 영화는 시각적으로 압도했다. 공들인 품이 묻어나는 화면,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 한·일·중의 아름다운 배우들을 한 화면으로 보는 맛도 좋다.

압권은 역시 전쟁신이다. 인간과 탱크가 대결하는 노몬한 전투는 탱크에 몸이 깔리고, 폭탄에 몸이 터지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질만큼 사실감이 넘친다. 하늘 가득한 비행기, 바다를 메운 구축함, 해변을 달리는 병사들을 하늘 위에서 부감하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마이웨이'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독일군 포로로 붙잡힌 동양인. 그는 뜻밖에도 조선인이었다. 일본군에 징집돼 소련군 포로가 되었다가 다시 독일군 군복을 입고 노르망디 전투에 투입된 그에게 강제규 감독은 김준식이란 이름을 주었다.

'마이웨이'는 준식의 파란만장 생존기다. 준식의 길에 일본인 타츠오가 동행한다. 마라톤 라이벌이었던 둘은 전쟁터에서 상관과 부하, 전우로 엮이면서 이해하고 화해한다. 마침내 '하나'가 되는 두 사람의 휴먼드라마가 줄거리다.

폭풍처럼 휘몰아쳐 오감을 휘어잡는 전쟁신에 비한다면 사람들의 드라마는 잔잔하다. 준식은 증오보다는 연민이 앞서고 적이든 내 편이든 존중받아야 하는 생명으로 대한다. 건실한 영웅이긴 하나 격랑에 휩쓸린 인간치고 밋밋하다.

그런 그에게 감화되는 타츠오도 마찬가지. 영화는 준식과 타츠오를 붙여놓지만 그들의 온도를 높일 뚜렷한 계기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니 '하나'가 되는 감동적인 장면도 큰 울림이 없다.

조연인 종대에게 눈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인권이 연기한 종대는 지독한 생존본능과 식민지 조선인의 설움을 냉소적으로 드러낸다. 생생하게 살아있다. 조선 땅에서 노르망디 해변에 이르는 기구한 여정이라면 생존욕망으로 똘똘 뭉친 종대가 외려 제격이 아닐까.

'제2의 손기정'이 되는 게 꿈인 준식은 전쟁터에서 포로수용소에서도 쉼 없이 뛰고 또 달린다. '마이웨이'도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성적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