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는 소문난 대로 대단했다. 한반도에서 프랑스의 노르망디 해변에 이르는 장대한 스케일에 한국 영화사상 최대의 물량을 쏟아 부은 영화는 시각적으로 압도했다. 공들인 품이 묻어나는 화면,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 한·일·중의 아름다운 배우들을 한 화면으로 보는 맛도 좋다.
'마이웨이'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독일군 포로로 붙잡힌 동양인. 그는 뜻밖에도 조선인이었다. 일본군에 징집돼 소련군 포로가 되었다가 다시 독일군 군복을 입고 노르망디 전투에 투입된 그에게 강제규 감독은 김준식이란 이름을 주었다.
'마이웨이'는 준식의 파란만장 생존기다. 준식의 길에 일본인 타츠오가 동행한다. 마라톤 라이벌이었던 둘은 전쟁터에서 상관과 부하, 전우로 엮이면서 이해하고 화해한다. 마침내 '하나'가 되는 두 사람의 휴먼드라마가 줄거리다.
폭풍처럼 휘몰아쳐 오감을 휘어잡는 전쟁신에 비한다면 사람들의 드라마는 잔잔하다. 준식은 증오보다는 연민이 앞서고 적이든 내 편이든 존중받아야 하는 생명으로 대한다. 건실한 영웅이긴 하나 격랑에 휩쓸린 인간치고 밋밋하다.
그런 그에게 감화되는 타츠오도 마찬가지. 영화는 준식과 타츠오를 붙여놓지만 그들의 온도를 높일 뚜렷한 계기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니 '하나'가 되는 감동적인 장면도 큰 울림이 없다.
조연인 종대에게 눈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인권이 연기한 종대는 지독한 생존본능과 식민지 조선인의 설움을 냉소적으로 드러낸다. 생생하게 살아있다. 조선 땅에서 노르망디 해변에 이르는 기구한 여정이라면 생존욕망으로 똘똘 뭉친 종대가 외려 제격이 아닐까.
'제2의 손기정'이 되는 게 꿈인 준식은 전쟁터에서 포로수용소에서도 쉼 없이 뛰고 또 달린다. '마이웨이'도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성적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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