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헌 변호사 |
우선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수뇌부의 갈등과 이 사건을 통해 수사권독립논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찰과 검찰의 대립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당차원의 개입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헌법에 위헌정당해산제도라는 것이 있음을 상기할 수 있었다.
우리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의 강제해산을 규정한 이 조항은 정당존립의 특권을 보장한 것이면서 정당활동의 자유에 한계를 설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헌법학계의 통설이다.
그리고 위헌정당의 금지는 자유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이러한 위헌정당의 강제해산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연방공화국이 상대주의적 민주주의의 허점을 이용해 집권한 나치스에 의해 바이마르공화국이 붕괴된 헌정사적 체험을 바탕으로 해 방어적 민주주의를 위한 수단으로 기본법에 기본권상실제도와 함께 도입한 제도인데, 우리 헌법도 이러한 위헌정당해산제도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방어적 민주주의라 함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 그 자체를 파괴하거나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의 체계 그 자체를 말살하려는 민주적 헌법질서의 적으로부터 민주주의가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그와 투쟁하기 위한 자기방어적, 자기수호적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우리 헌법에 규정된 위헌정당해산제도의 요건과 절차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강제해산의 대상이 되는 정당은 정당으로서 등록을 마친 기성정당을 말한다. 다음으로 그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 한해 해산된다.
여기서 말하는 민주적 기본질서란 이른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의미에 대해 우리 헌법재판소는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 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국가적 통치질서'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내용이 되는 기본원칙으로는 기본권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와 복수정당제,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하는 경제질서, 사법권의 독립 등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경우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정당의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 중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정당의 해산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위헌정당해산제도를 음미해 본 이유는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사건은 바로 대의민주주의 내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내용인 선거제도를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는 단순히 국민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선출하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인 민주질서형성과 평화적인 정부구성의 기능도 수행하므로 민주적 선거제도의 정립은 민주정치의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의 승리를 위해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한다면 민주적 선거제도는 크게 훼손되는 것이고 이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 헌법에 대한 도발행위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해 정당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는 밝혀진바 없다. 따라서 위헌정당해산제도를 논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다. 더구나 제소권자가 정부이므로 정당차원의 개입사실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실제로 제소될 가능성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훼손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임은 분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당해산제도의 존재의미를 음미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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