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취재팀장 |
예산삭감 배경부터 보자. 구의회 측은 집행부가 무상급식과 도시철도2호선 문제 등을 여과장치 없이 사실인 것처럼 주민에게 전달해 공적소식지를 구청 의견지로 전락시켰다고 했다. 구청장 맘대로 허위과장 글을 실었다면 의회와 언론이 가만있었을까? 대덕구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평생학습도시인데 소식지 허위사실에 현혹될 만큼 주민의 학습수준이 떨어지는가? 선관위도 자치단체장이 시·구청홍보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지를 늘 감시한다.
그렇다면 구청장과 소속정당이 다른 구의원들 간 정치적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용기 대덕구청장은 한나라당이며 대덕구의회 9명의 의원 가운데 자유선진당 소속이 4명, 한나라당이 3명, 민주당이 2명이어서 선진당과 민주당이 의기투합하면 집행부의 발목을 잡기 충분하다. 이번 예산삭감도 6대 3으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소식지 발간예산 1억2000만원을 비롯해 소규모 주민편익사업비 2억원, 대청호마라톤대회 6000만원 등 구청장 관련예산 27건 8억8000만원이 무더기 삭감된 걸 보면 구청장과 의회 간 갈등이 짐작된다. 이번 결정이 예산절감을 위한 각고의 노력 결과라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구청장과 의원들 간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면 누군가는 그 책임을 져야한다.
구정소식지 발간목적은 행정홍보를 통해 주민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다. 행정홍보 방법에는 언론을 이용한 홍보, 소식지 발간, 홈페이지 외에도 최근 인기를 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다양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온라인 홍보 비중이 커진 게 사실이다. 정확히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컴퓨터를 켤 줄도 모르고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이 사람들에게 자동차세 납부마감이 언제인지, 국민연금 수급권 변동사항은 뭔지, 우리 동네 공영주차장이 어디에 만들어졌는지, 노인 무료치매검진은 어디서 해주는지, 도서관에서는 어떤 강좌가 진행되는지를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대덕구 구정소식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청장 치적홍보보다는 누가 독거노인에게 연탄 100장을 가져다주고 소년소녀가장에게 20㎏ 쌀 한 포를 전달했으며 경로당에 난방비 10만원을 지원했다는 등 동네의 시시콜콜한 미담과 봉사활동이 더 많다. 이 같은 뉴스는 지역신문과 방송에서 거의 다루지 않으니 앞으로 대덕구민들은 이런 따뜻한 이야기들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시·군·구에서 발행하는 소식지가 자치단체장 홍보용으로 전락할 소지는 충분하다. 주민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소식지가 소외된 사람들의 알권리와 정보격차 해소에 제대로 사용되도록 견제하는 곳이 의회며 이를 감시 비판하는 게 언론이다. 구청장이 밉다고 주민 알권리까지 차단하는 것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지난해 재정난 때문에 발행을 중단한 동구청의 '동구나래'를 제외하고 대전시와 나머지 구는 소식지를 발행한다. 대전시의 '이츠대전' 1년 발행비는 6억5535만원, 중구청의 '사랑해요 중구'는 8800만원, 유성구의 '행복유성'은 1억원, 서구의 '서구소식'은 6000만원이다. 재정부담은 되지만 온라인 홍보만으로는 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행정홍보 공백이 우려돼 발행을 계속하고 있다.
21만 대덕구민의 대변자인 9명의 대덕구의원들은 이번 구정소식지 예산삭감이 진정 주민을 위한 것이었는지, 재정난 타개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는지, 발행 중단 외에는 방법이 없었는지, 잠시 중단했다가 구청장이 바뀌면 슬그머니 발행을 재개할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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